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14일 외교 관례상 윤석열 대통령의 방중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순서는 무슨 순서인가”라고 반문했다. ‘시 주석의 방한이 먼저’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를 일축한 것이다.
싱 대사는 이날 한국언론진흥재단(KPF)의 ‘한·중 수교 30주년, 성과와 전망’ 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는 시 주석의 방한이 먼저 이뤄지는 게 순서라는 입장인 것 같다’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싱 대사는 “지난 12일 양국 외교부 장관께서 이야기했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양국 정상이) 서로 초청한다고 했다”면서 “외교 채널을 통해 여러 좋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방한을 거듭 요청했지만, 시 주석은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이라는 조건을 달며 역으로 윤 대통령의 방중을 초청했다.
시 주석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관례상 시 주석이 답방할 차례라는 지적이 많다. 시 주석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방문하는 등 대외 행보도 재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의 방한이 윤 대통령의 방중보다 먼저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우리가 먼저 시 주석의 방한을 얘기했고, 그에 대한 중국 측의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다음에 시 주석이 윤 대통령의 방중을 초청했기 때문에 논리적, 시간적 순서를 따르자면 질문의 취지(시 주석 방한이 먼저라는 것)가 맞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먼저 방중하는 것도 옵션으로 거론되느냐는 질문에도 “첫 번째 파트(시 주석 방한)에 대해 중국과 소통하는 게 먼저”라고 답했다.
지난 12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 종료 후 한국 측은 “시 주석 방한 등 정상 간 교류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측 발표문에는 시 주석 방한 관련 언급이 없었다. 정상 간 방문 순서를 두고 양측의 이견이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싱 대사는 이날 포럼 축사에서 한·중 국민의 상호 호감도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며 “일부 언론이 부정적 정보에 초점을 맞추거나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