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석달 만에 2.3%에서 1.5%로 낮췄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향 조정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위기 상황에 글로벌 금리인상과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연이어 1%의 암울한 성장률 전망을 내놓고 있다.
ADB는 12일(현지시간)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종전 9월 전망치(2.3%) 대비 하향한 1.5%로 제시했다. 지난 9월 이후 석 달 만에 성장률을 0.8%포인트 내려잡은 것이다. ADB는 매년 4월 연간전망을 발표하고 이후 7월과 9월, 12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수정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 주요 국가 가운데 성장률 하향 조정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ADB는 홍콩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2.9%로, 싱가포르는 3.0%에서 2.3%로 수정했다. 중국은 4.5%에서 4.3%로 조정됐으며 대만은 기존 전망치 3.0%를 유지했다.
ADB는 세계 경제 둔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대외 부문 약화를 성장률 하향 조정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1.7%)과 한국개발연구원(KDI·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에 이어 ADB까지 내년 1%대 성장률을 제시하게 됐다.
ADB는 한국의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0%에서 3.2%로 올려잡았다. 내년 한국 경제가 경기 둔화 국면 속에서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힌 것이다. ADB는 “유가와 식품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물가 상승률도 기존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ADB는 또 내년 아시아 개발도상국(46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4.9%에서 4.6%로 낮췄다. 중국의 경기 둔화 영향이다. ADB는 “중국은 코로나19 봉쇄로 가계 소비 회복이 제한되고 있고, 부동산 시장 불안까지 덮쳐 경제 회복에 부담 요인이 커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커지며 공급 충격이 확대돼 아시아 주요국의 대외 부문이 약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ADB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2.6%로 지난 9월 전망치를 유지했다. 또 올해 물가 상승률은 9월 전망 대비 0.6%포인트 상향 조정한 5.1%로 발표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