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벤버지” 웃으며 떠난 벤투 ‘엄지척’ [포착]

입력 2022-12-14 01:13 수정 2022-12-14 09:50
한국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16강에 올린 파울루 벤투 감독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포르투갈로 출국하며 미소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의 성과를 안긴 파울루 벤투 감독이 13일 조국 포르투갈로 떠났다. 한국 대표팀과 4년4개월간의 동행을 마무리하며 떠나는 벤투 감독은 폭설과 강추위 속에서도 늦은 시간 자신을 환송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은 팬들에게 미소와 엄지척으로 화답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인사 나온 팬들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뉴시스

벤투 감독은 이날 오후 늦게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출국했다. 벤투 감독은 두바이를 경유해 포르투갈로 돌아간다.

이로써 2018년 러시아월드컵 직후인 8월 23일 부임한 지 4년4개월 만에 한국 생활을 마무리짓게 됐다.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를 포함해 ‘벤투 사단’으로 불렸던 4명의 포르투갈 코치도 벤투 감독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갔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시

출국에 앞서 인터뷰 등 별도의 미디어 활동을 하지 않은 벤투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SNS를 통해 한국 축구 팬들을 향한 작별인사와 떠나는 심경을 전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성원해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 “선수들이 보여준 프로페셔널리즘, 자세와 태도에 특히 감사드린다. 선수들은 내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가장 아름다운 경험을 할 기회를 줬다”고 적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려운 순간에 대처하는 우리 선수들의 능력이었고, 이는 우리를 팀으로써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벤투 감독은 “이제 한국 축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미래를 바라보며 떠나야 할 때”라면서 “대한민국은 항상 내 삶의 일부일 것이며 우리 선수들은 항상 내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13일 오후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자신을 환송하는 인파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이날 떠나는 벤투 감독을 환송하기 위해 200여명의 팬들은 출국 3시간여 전부터 인천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팬들은 벤투 감독이 나타나자 포르투갈어로 ‘오블리가두(감사합니다)’ ‘따봉(최고)’ 등을 외치며 인사했다.

늦은 시간 추운 날씨에도 많은 팬들이 찾은 모습에 벤투 감독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일부 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출국장으로 들어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팬들도 그가 안 보일 때까지 우르르 따라가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날 함께 대표팀을 이끈 최태욱, 마이클 김 코치와 박경훈 전무 등 축구협회 임직원도 공항에 나와 벤투 감독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벤투 감독은 단일 임기 기준 대표팀 최장수 사령탑 신기록을 세우며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한국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올려놨다.

그는 최종예선 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재계약 제의를 받았으나 계약기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9월 거절 의사를 축구협회에 전했다. 이번 월드컵 브라질과 16강전 직후 결별 사실을 언론에 공표했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에서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며 향후 거취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