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비은행계 금융그룹을 관리하던 금융위원회 금융그룹감독혁신단이 해체된다. 문재인정부에서 출범한 한시 조직이었는데 존속 기한이 지났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고금리 등으로 시장이 몹시 불안정한 가운데 금융그룹감독혁신단 해체로 위험 관리 강도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금융그룹감독혁신단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을 폐지하고 조직을 해체하기로 했다. 금융그룹감독혁신단은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출범했다. 당초 2020년 말까지 3년간 존속 기한을 받았는데 이후 1년씩 총 2회 연장됐다 올해 일몰되는 것이다.
금융그룹감독혁신단은 문 정부 국정 과제인 ‘금융그룹 통합 감독’의 특명을 받았다. 보험사와 증권사, 신용카드사 등 여러 금융사를 운영하는 금융그룹의 경우 보험업법 등 업권별 법에 기반을 둔 기존 감독 체계로는 위험을 포괄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 정부 판단이었다. 특히 지주사를 두지 않은 비은행 계열 금융복합기업집단은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금융그룹 차원의 위험 관리를 강화하는 세계 추세에 발맞추려면 관련 조직과 법안이 필요했다. 금융그룹감독혁신단은 이후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에 착수해 2020년 관련 절차를 마치고 이듬해 본격 시행했다. 보험업이나 금융투자업(증권사 등), 여·수신업(저축은행 등) 중 2개 이상 업종 금융사를 운영하는 총자산 5조원 이상 금융그룹이 금융그룹감독법 대상이 됐다. 삼성 한화 미래에셋 현대자동차 교보 DB 다우키움 7곳이 이에 해당했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삼성 등 금융그룹 7곳에 계열사 간 내부 거래 기준과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매뉴얼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금융그룹 차원의 위기관리 및 조기 경보 체계 마련 의무도 부여했다. 위기 발생 시 특정 계열사 위험이 전이되더라도 금융그룹 전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자본 비율 또한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최근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등 일련의 사태로 시중 금리가 치솟으면서 기업어음(CP)이 팔리지 않는 등 채권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금융위가 위험 관리 관련 조직의 힘을 빼는 역선택을 한 셈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반 대기업 산하에 있는 금융사의 경우 비금융 계열사에서 위험이 발생하면 전이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 반해 지주 관리 체계 아래에 있는 은행계 금융사보다 감독 수준은 낮다. 위험은 큰데 관리 강도는 낮은 문제를 해소할 법을 관리하는 금융그룹감독혁신단을 해체하는 것은 최근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감독혁신단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동양 사태처럼 일반 대기업 산하 금융그룹이 부실해지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조직”이라면서 “법의 적용을 받는 금융그룹 7곳은 조직 해체를 반기겠지만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융그룹감독혁신단 조직은 금융정책국이 흡수해 기존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금융그룹감독혁신단이 해체한다고 위험 관리 강도가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