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으로 공연장이 정상화된 올해 클래식 음악계는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이 잇따랐다. 특히 하반기 들어 활발했던 내한 러시는 이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OPS)의 내한만 남겨 놓았다. 지난해 취임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34)가 지휘하는 OPS는 오는 16일 성남아트센터, 18일 경남문화예술회관, 19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20일 서울예술의전당에서 무대를 펼친다. 그리고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우승 겸 전체 그랑프리를 수상한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25)가 협연하는 손열음(36)이 OPS와 협연하는 18일을 제외한 나머지 세 공연에 함께한다.
쇼하키모프는 지난 8일 화상인터뷰에서 “OPS는 매우 높은 정확도를 가진 오케스트라다. 악보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되 그 안에서 뛰어난 유연성이 있다”면서 “독일과 프랑스 양국 강점 모두 가진 것이 큰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프랑스 제2의 도시인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지대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만큼 역사적으로 전쟁 결과에 따라 주인이 바뀌기도 했다. 1855년 창단된 OPS는 이런 지역적 특성 때문에 양국의 음악적 색깔을 모두 흡수하며 명성을 쌓았으며 1994년 국립으로 승격됐다.
이번 공연은 클래식계의 두 젊은 거장이 함께하는 무대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모은다. 쇼하키모프는 불과 13세에 우즈베키스탄 국립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데뷔한 뒤 18세에 같은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가 됐다. 22세인 2010년 권위 있는 구스타프 말러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뒤 유럽의 주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캉토로프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인 장자크 캉토로프의 아들로 2019년 프랑스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이후 세계 클래식계가 사랑하는 연주자로 부상했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올해 한국을 이미 방문해 클래식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쇼하키모프는 지난 8월 서울시향 객원지휘, 캉토로프는 4월 리사이틀과 7월 서울시향 협연을 위해 각각 내한했었다. 두 사람은 “한국 관객들의 열정적인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OPS가 선보일 곡은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1번,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다. 러시아 음악과 프랑스 음악의 연결로 설명된다. 쇼하키모프는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무소륵스키 같은 러시아 작곡가들이 프랑스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번에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편곡 버전을 연주한다”고 말했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캉토로프 연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캉토로프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참가자들 대부분이 선곡하는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아니라 2번을 택해 우승했기 때문이다. 캉토로프는 “사실은 1번을 준비했지만, 나만의 해석을 내놓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2번 악보를 보고 탐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세계를 탐험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매우 흥미롭게 다가와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캉토로프는 미국에서 ‘환생한 리스트’라는 찬사를 받는가 하면 발매하는 음반마다 각종 상을 휩쓸 정도로 음악적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캉토로프는 ‘리스트의 환생’이란 찬사에 대해 “매우 감동적이고 감사하지만 그런 찬사나 비평과 거리를 두고 싶다”면서 “음악가는 음악에 좀 더 초점을 둬야지 외부의 시선에 초점을 두게 되면 자칫 사람들의 말이나 비평 등에 좌지우지되기가 쉽다”고 겸손해했다.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에 대해 아는지 물어보자 그는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의 연주를 듣고 아주 놀랐다. 나이를 뛰어넘는 기량과 표현력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면서 “콩쿠르가 끝나면 수상자들은 새로운 커리어를 쌓아가게 된다. 앞으로 임윤찬의 행보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