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차’ 강수에도… 전장연 “4호선 이동 시위 강행”

입력 2022-12-13 07:50 수정 2022-12-13 10:20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서울시의 '무정차 통과' 방침을 비판하면서 올린 만평. 전장연 페이스북 캡처

서울시가 13일 출근길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에 대해 ‘심각한 열차 지연 시 무정차 통과한다’는 방침을 정한 가운데 전장연은 시위를 계속 이어갈 뜻을 밝혔다. 전장연은 “어차피 비장애인 열차는 장애인권리를 무정차로 지나가지 않았는가”라고 성명을 냈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꼰 ‘세훈열차’ 만평을 SNS에 올렸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오후 서울교통공사, 경찰 등과 회의를 통해 전장연의 시위가 열리는 지하철역에서 열차 운행이 심각하게 지연될 경우 무정차 통과하기로 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13일 아침 삼각지역 시위부터 무정차 통과 방침을 적용하기로 했다”며 “무조건 정차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심각한 열차 지연이 발생한다고 판단되면 역장이 관제와 상의해 무정차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 규모가 크거나 시위 강도가 높아 오랫동안 열차가 정상 운행하지 못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당 역에서 정차하지 않는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다. 구체적인 지연 기준은 현장 판단에 맡기기 위해 특정하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시위가 예고됐거나 무정차 통과가 결정되면 차량 내에서 안내방송을 하고 ‘또타지하철’ 앱을 통해 공지할 예정이다. 안전 안내 문자는 별도로 발송하지 않는다.

아울러 무정차 통과 시 운임 환불, 대안 동선 안내, 반대편 열차 탑승 편의를 위한 게이트 개방 등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관계기관 회의를 지속해서 열기로 했다.

박경석(오른쪽 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등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6일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장연은 시의 이 같은 결정에도 13일 오전 출근길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전장연은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서울역→사당역→삼각지역 등 순서로 이동하며 시위를 진행한다.

앞서 전장연은 12∼15일 4·6호선 삼각지역에서 오전 8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 선전전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지난 11일 서울시의 무정차 통과 방안을 규탄하면서 ‘윤석열차’에 빗댄 ‘세훈열차’ 만평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장연은 이 만평을 올리면서 “세훈열차가 우리를 버리고 가기 전 서울시가 지금까지 법과 원칙에 따른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장애인을 차별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대한민국에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이 타는 열차에 타지 못했다는 것을, 법에 명시된 권리가 이미 내팽개쳐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어차피 지금까지 무정차로 지나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전장연은 윤석열정부에도 책임을 물었다. 이 단체는 “서울시뿐 아니라 국가가 그동안 법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 보장의 책임을 위반했던 것은 누가 책임져야 하냐”라며 “윤석열정부가 말하는 법과 원칙은 법에 명시된 장애인 권리를 보장해야 할 책임은 지지 않고, 그 책임을 묻는 시위만을 엄정 대응하는 것이냐”고 했다.

이어 “‘법과 원칙’이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어서도 차별 없이 평등하게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무정차 통과에 따른 후속대책은 장애인의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는 대책이기를 요청한다. 법정 시한을 넘기고 국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인 “23년도 예산안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하여 조속히 통과할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