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역적자 65조원 예상… 14년 만에 ‘빨간불’

입력 2022-12-13 07:09 수정 2022-12-13 10:09

올해 무역적자 규모가 연간 역대 최대를 넘어서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한화 약 65조4000억원)에 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수출 둔화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무역수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14년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더욱 암울한 것은 이 같은 기조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무역수지(통관기준 잠정치)는 지난 10일까지 474억6400만 달러(약 62조원) 적자였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적자다. 종전 최대 적자였던 1996년(206억2400만 달러)의 2.3배에 달한다.

올해 무역수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132억6700만 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적자 규모는 이미 주요 기관들이 제시한 적자 전망치에 근접하거나 넘어선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무역수지가 45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산업연구원은 426억 달러, 한국경제연구원은 480억 달러로 각각 예상했다.

올해 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를 넘어 500억 달러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425억4100만 달러로 이달에 75억 달러 이상 적자가 쌓이면 올해 연간 적자는 500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이달 10일까지 적자 규모는 49억2300만 달러였다. 지난 10월 같은 기간(20억460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늘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 교수는 “유가가 조금 하향 추세를 보이긴 하지만, 반도체 경기가 지금 계속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기 때문에 수출이 늘지 않고 있다”라며 “남은 20일 동안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올해 무역적자가 5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무역수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적자를 보여왔다.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합계 수입액은 1804억1000만 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044억6000만 달러)보다 72.7% 증가한 수치다.

최근에는 전 세계 경기 둔화에 수출마저 위축되면서 적자가 쌓이는 양상이다. 수출(통관 기준)은 1년 전 대비 지난 10월(-5.8%), 11월(-14.0%) 두 달 연속 감소한 데 이어 이달 10일까지도 20.8% 줄었다. 특히 지난달까지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4개월 연속, 최대 교역국인 대중(對中) 수출이 6개월 연속 각각 감소하면서 수출은 큰 폭으로 둔화하고 있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수출 둔화 등이 이어지면서 무역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수출이 올해(6900억 달러) 대비 4.0% 감소한 6624억 달러, 수입이 올해(7350억 달러)보다 8.0% 감소한 6762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138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수출이 올해(6934억 달러)보다 3.1% 줄어든 6717억 달러, 수입이 올해(7360억 달러)보다 5.1% 줄어든 6983억 달러로, 무역수지가 266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