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경제단체장들과의 만찬에서 대한축구협회 운영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재계 및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경제 5단체장들과 함께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비공개 만찬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관련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고생은 선수들이 했는데 왜 축구협회가 배당금을 더 많이 가져가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은 “축구협회에는 광고협찬금과 같은 적립금이 많은데, (16강 진출로)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포상이 너무 적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축구 대표팀 초청 만찬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초대받지 못한 것도 이 같은 기류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날 만찬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의 최종 성적에 따라 배당금을 준다. 본선 진출 32개국에는 900만 달러(약 117억원)가 기본으로 주어지고, 16강에 오른 국가에는 이보다 400만 달러 많은 1300만 달러(약 170억원)가 지급된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월드컵 포상금 지급 기준에 따르면, 본선 최종 엔트리에 들어간 선수들은 기본 포상금으로 2000만원을 받는다. 본선 경기 승리(3000만원)와 무승부(1000만원) 수당까지 챙겨, 조별 리그 결과(1승 1무 1패)에 따라 선수들은 4000만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16강 진출 포상금은 1인당 1억원이어서, 16강 목표 달성만으로 1인당 1억6000만원씩 확보한 셈이다.
대한축구협회는 FIFA에서 지급받은 배당금 가운데 70억여원을 선수단 포상금으로 쓰고, 나머지 100억여원은 협회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처럼 16강 진출로 받게 된 배당금이 선수들보다 축구협회에 더 많이 돌아가는 상황의 불합리함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이날 사재 20억원을 선수들의 포상금 명목으로 별도 기부했다. 협회는 이 20억원을 선수 26명에게 균등 배분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선수 1명당 7700만원을 더 받게 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