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접으면 좋겠다… 한병도 전화 갈 것” 선거개입 공판서 증언된 임종석의 말

입력 2022-12-12 20:52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해 6월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다시 시작하는 남북합의 이행' 토론회에 참석해 '다시 시작하는 밤북합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둔 때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얘기 다 됐다. 한병도 수석이 전화할 거다”라고 말했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증언은 청와대가 송철호 전 울산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 전 위원에게 모종의 제안과 함께 출마를 만류한 정황과 연결되는데, 이날 증언으로 구체화된 임 전 실장의 말은 앞선 수사·재판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것이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법정에서 이러한 증언이 나오자, 피고인인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측과 검찰 측은 모두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임 전 최고위원의 측근이자 전 민주당 울산시당 울주군지역위원장인 주모씨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재판장 장용범) 심리로 열린 한 전 수석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러한 증언을 내놨다. 주씨는 2018년 2월 12일 울산시당 상무위원회 도중 임 전 최고위원이 한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는 모습을 봤으며, 통화가 스피커폰을 켜둔 상태에서 이뤄진 터라 일부 대화를 직접 들었다고 했다. 주씨는 “‘잘 생각해 봐라, 굳이 어려운데 출마하려 하느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위원장실에서 이뤄진 통화는 2~3명이 함께 들을 수 있었다고 주씨는 증언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청와대에서 전화가 와서 전화 좀 받을게요”라고 하며 나갔고, 궁금했던 주씨가 따라간 것이라고 한다. 발신인의 이름은 ‘한병도’로 돼 있었다는 게 주씨의 기억이다. 주씨는 출마를 만류하는 대화가 오간 것으로 기억하지만, 직접 ‘자리’라는 말은 못 들었다고 했다. 앞서 임 전 최고위원은 법정에서 청와대가 출마를 만류하며 공공기관장 자리를 제안했었다고 증언했었다. 한 전 수석으로부터 오사카 총영사는 안 되는데 A급 공기업 사장 자리는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증언이었다.

검사 측과 피고인 측이 모두 “중요한 얘기”라고 반응한 주씨의 증언은 ‘스피커폰’ 통화에 앞선 상황을 증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주씨는 임 전 최고위원이 한 전 수석과의 통화가 있던 상무위원회에 앞서 서울에서 열렸던 문재인정부 당정청 회의에 다녀온 일이 있다고 했다. 임 전 최고위원이 이 회의에 다녀온 뒤 주변에 “회의 정회 시간에 임 전 실장이 보자고 해서 나갔는데 ‘자리가 다 얘기됐으니 (울산시장) 출마를 접어주면 좋겠다. 내일이나 모레 한병도 수석의 전화가 갈 것’이라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주씨는 임 전 최고위원이 당시 회의를 마치고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를 만났으며, 이때 임 전 최고위원이 그로부터 “임 전 실장이 그렇게 얘기했다면 그건 VIP(대통령)의 뜻이다. 따르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는 주씨가 임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이다. 주씨는 “한 전 수석은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주씨가 전한 임 전 실장의 발언들은 법정 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한 전 수석 측은 “지금 이야기는 임 전 최고위원과 주씨의 검찰 조사에서도, 5일 공판 임 전 최고위원의 증언에서도 한번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라며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고 했다. 검찰 역시 재판 말미에 “임 전 최고위원이 당정청 회의 때 임 전 실장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는 ‘본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진술’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 전 실장이 “출마를 접어주면 좋겠다”고 임 전 최고위원에게 말했다는 정확한 시점은 특정되지 못했다. 한 전 수석 측은 임 전 최고위원이 한 전 수석의 전화를 받은 2018년 2월 이전에는 당정청 회의가 2017년 10월 13일 단 한 차례 열렸을 뿐이라고 했다. 당시 임 전 실장이 “내일이나 모레 한병도 수석의 전화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는 증언 내용과는 큰 시간적 차이가 있다.

검찰은 임 전 최고위원을 다시 한 번 증인으로 불러 2017년 10월 13일 당정청 회의에 대해 증언을 듣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0월 13일’은 한 전 수석 변호인 측이 제시한 시점”이라며 “주씨 증언 취지를 보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 전 최고위원을 다시 부른다고 언제 당정청 회의인지 기억하겠느냐”며 “그보다는 당시 당정청 회의가 언제, 몇 번 열렸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