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년에 300번 ‘꽝!’” 볼보를 ‘안전 대명사’로 만든 곳

입력 2022-12-12 16:23
지난 6일(현지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볼보 세이프티 센터에 있는 직육면체 형태의 구조물 앞에 충돌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전기차 XC40이 대기하고 있다. 이용상 기자

콘크리트를 여러 겹 쌓아올린 직육면체 형태의 구조물이 우뚝 서있었다. 높이는 4m, 무게는 850t에 달한다. 이 육중한 구조물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레일 2개가 뻗어 있다. 1번 레일은 길이 155m, 2번 레일은 108m다. 볼보의 자동차들은 이 레일을 따라 달리다 구조물을 들이받는다. 1년에 300번 정도 충돌 테스트를 한다. 볼보가 안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이런 노력이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스웨덴 예테보리에 자리한 ‘볼보 세이프티 센터’를 방문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볼보 세이프티 센터에 있는 직육면체 형태의 구조물 앞에 충돌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전기차 XC40이 대기하고 있다. 이용상 기자

구조물 앞에 전기차 XC40이 놓여 있었다. 보닛이 열려 있고 트렁크 뒷문(테일게이트)이 없는 상태였다. 양 옆으로 마네킹이 시트에 앉아 있었다. 다음 날 충돌테스트를 준비하는 차량이다. 32개의 조명이 이 차량을 향해 빛을 내뿜고 있었다. 볼보는 차량이 충돌하는 순간을 1초에 1000프레임으로 촬영한다. 조명은 이 장면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한 용도다. XC40은 두꺼운 강화유리 위에 놓여 있었는데 아래층에도 카메라 4개의 앵글이 XC40의 밑 부분을 향해 있었다.

32개의 조명이 전기차 XC40을 비추고 있다. 조명은 이 차량의 충돌 순간을 정확히 포착해 촬영하기 위한 용도다. 이용상 기자

실제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고 상황과 최대한 똑같이 재현한다. 볼보는 이를 위해 사고연구전담팀까지 뒀다. 구조물은 바닥에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회전시킬 수 있다. 2번 레일도 90도까지 회전이 가능해 교차로 충돌 상황을 재현할 수 있다. 구조물을 치우면 레일 양쪽에서 차량이 마주보고 달려와 충돌할 수도 있다. 2번 레일은 터널 속에 있다. 레일의 맨 끝에 있는 철문을 열자 구덩이가 나타났다. 사고가 나서 차량이 구덩이로 굴러 떨어지는 상황을 실험하기 위한 장치다. 테스트 차량에는 유기용제인 솔벤트를 주입한다. 휘발유나 경유는 충돌 시 화재 위험이 있어서다. 볼보는 신차를 출시하기 전 이곳에서 120~150번의 충돌 테스트를 한다. 테스트가 끝난 차량은 대부분 폐차하지만, 소방대원이 인명구조 실습에 사용하기도 한다.

테스트를 앞둔 다른 차량의 외관 곳곳에 마스킹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파손 정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 옆에는 순록을 형상화한 360㎏짜리 구조물이 있었다.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봤는데 실제 동물을 만질 때의 촉감과 비슷했다. 운전 중에 갑자기 튀어나온 동물과 부딪히는 상황을 실험하는 용도다. 주번에 대형 타이어 12개가 보였다. 차량과 차량이 충돌하는 테스트를 할 때 완충재로 쓰기 위한 용도다.

페르 렌호프 볼보 안전담당자는 “이곳에서 운전자와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17가지 충돌 상황을 재현한다. 정부가 정해놓은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3년 미국 고속도로 보험안전협회(IIHS)가 스몰오버랩 테스트(시속 64㎞로 달려 차체 앞부분의 4분의 1만 부딪히는 실험)를 처음 도입했을 때, 그전부터 자체적으로 이 테스트를 진행했던 볼보의 XC90만 이 항목을 통과했다.

예테보리=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