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송치형 두나무 의장과 임직원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 혐의 내용의 기초가 되는 주요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된 만큼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심담)는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송 의장과 재무이사 남모씨, 퀀트팀장 김모씨 등 임직원들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업비트 본사에서 증거들을 위법하게 수집했으므로 증거 목록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송 의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임직원에게 해당 증거 관련 사실관계를 인정하다는 진술도 받아냈지만 이 역시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진술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 ‘ID8 계정’ 증거에 기초했거나, 검찰로부터 (위법한 증거를) 제시받고 진술한 것”이라며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 의장 등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가짜 회원 계정 ID8을 개설해 1221억원 규모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꾸며 실제 회원 간 거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ID8을 통해 존재하지도 않는 비트코인을 매도하며 가짜 거래를 계속해 업비트 회원 2만6000명으로부터 약 1491억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고 보고 기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을 때 수색 장소로 두나무 사무실을 기재했었다. 업비트는 거래내역을 외국 IT기업인 아마존의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에 두고 있는데,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서 업비트 임직원들에게 클라우드에 접속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하고 ID8 거래내역을 내려받았다. 재판부는 이 같은 ‘원격지 전산 서버’가 당초 압수수색 영장에 수색 장소로 명시되지 않았기에 여기서 나온 증거도 영장에 기초한 적법한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8월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압수수색 대상으로 명한 영장으로 해당 기기에 연동된 클라우드 서버 자료까지 압수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수사당국의 클라우드 서버 압수수색 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례를 제시한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