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22 카타르월드컵 한국과의 16강전 당시 결례 논란을 부른 춤 동작과 관련해 “세리머니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득점 이후 선수들이 모여 춤을 춘 행위가 상대 팀에 대한 모욕이라는 지적이 일자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에 나섰다.
브라질 미드필더 루카스 파케타(웨스트햄)는 6일(현지시간) 브라질 매체 글로보와 인터뷰에서 “상대를 무시하려는 의도로 춤춘 게 아니다. 상대 선수 앞에서 춤을 춘 게 아니지 않으냐”라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그게 싫다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골을 넣으면 춤을 출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수 하피냐(바르셀로나) 역시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 팀은 계속 춤 세리머니를 할 것”이라며 “그걸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나 문제일 것”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그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21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10번째 골까지 출 춤을 준비했다. 만약 10골 넘게 득점한다면 그때는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브라질은 6일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한국을 4대 1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막강한 화력을 선보인 브라질 선수들은 골이 들어갈 때마다 춤을 추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를 두고 외신을 중심으로 한국을 향한 조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국 ITV에서 해설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로이 킨은 “춤 경연 대회냐. 이렇게 많은 댄스 세리머니는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이걸 브라질 특유의 문화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내가 볼 때는 상대 팀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첫 골이 들어갈 땐 그럴 수 있어도 골을 넣을 때마다 그렇게 하고 심지어 감독까지 함께한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킨과 함께 해설하는 리버풀 출신의 그레임 수네스도 “골을 넣을 때마다 춤추는 건 보기에 좋지 않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경기 이후 이 같은 지적을 들은 치치 브라질 감독은 직접 나서 선수들을 변호했다. 그는 “한국에 결례를 저지르려던 의도는 전혀 없었다. 단지 골이 터지고 경기력도 좋아서 기쁨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벤투 감독은 내가 매우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선수들의 춤 세리머니에 대한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한국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득점 때 이 같은 세리머니를 자주 펼쳤는데, 이를 두고 현지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인종차별성 발언을 듣기도 했다.
이에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가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계속 춤을 추고 드리블해라. 너 자신이 되길 바란다. 최고를 향해 달려가라”고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하피냐도 “너의 춤을 계속 보고 싶다”고 적었다. 비니시우스를 중심으로 한 월드컵에서의 이번 세리머니 역시 그를 향한 지지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브라질은 10일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크로아티아와 준결승전 진출 티켓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되는 브라질은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월드컵 우승에 도전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