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격파한 모로코는 환희와 열광의 밤을 보냈다. 모로코 수도 라바트와 유명 관광지 카사블랑카에서 6일(현지시간) 도로를 가득 채운 차량이 경적을 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인파가 국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한일월드컵에서 강호를 연달아 격파하고 4위에 올랐던 20년 전 한국을 연상케 하는 축제가 모로코 전역에서 펼쳐졌다.
모로코 축구대표팀은 같은 날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16강전에서 스페인과 정규시간 90분과 연장전 30분을 포함한 120분간 득점 없이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에서 모든 슛을 막아낸 골키퍼 야신 부누의 ‘슈퍼세이브’를 앞세워 3대 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모로코는 비유럽·남미 국가로는 유일하게 8강으로 진출했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북서부 서사하라 북쪽에 위치한 국가다.
2018 러시아월드컵 준우승국 크로아티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벨기에, 북중미의 신흥 강자 캐나다와 경쟁한 조별리그 F조에서 최종 전적 2승1무(승점 7)로 1위에 오른 뒤 16강에서 스페인까지 잡은 모로코의 승승장구는 카타르월드컵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8강까지 생존한 모로코는 중동에서 북아프리카로 연결된 아랍권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는 성명을 내고 “선수들과 대표팀 행정 담당자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낸다. 그들은 모든 것을 불태워 위대한 스포츠 이벤트에서 자취를 남겼다”며 “조국과 카타르 현지, 그리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모로코인들의 희망과 꿈을 대표한다”고 격려했다.
라바트의 밤은 환희에 휩싸였다. 시민들은 대거 쏟아져 나와 기쁨을 만끽했고, 그 위로 폭죽이 쏘아 올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아랍권으로 묶인 튀니지, 레바논, 이라크, 팔레스타인의 주요 도심에서도 모로코의 승전보에 환호했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도 모로코인들의 축제가 펼쳐졌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모로코 국기에 헹가래를 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요르단 왕비 라니아는 트위터에 “우리에게 기쁨을 준 ‘아틀라스의 사자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모로코가 또다시 해냈다”고 적었다. ‘아틀라스의 사자들’은 모로코 축구대표팀의 애칭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