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표팀만 오면 찬밥신세…‘세리에 스타’ 디발라

입력 2022-12-07 00:04
파울로 디발라(오른쪽 앞) 인스타그램 캡처.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파울로 디발라(AS 로마)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때 리오넬 메시의 후계자라고까지 불리며 향후 아르헨티나를 이끌어갈 차세대 선수로 주목받은 그는 지난 러시아 대회에 이어 이번 월드컵에서도 벤치에 머물 가능성이 커졌다.

디발라는 이번 월드컵에 가까스로 승선했다. 부상 여파 탓이다. 그는 지난 10월 초 레체와의 세리에A 9라운드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1-1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페널티킥 결승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득점 이후 곧바로 왼쪽 허벅지를 움켜쥐며 불편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교체됐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의료진을 이탈리아에 급파해 디발라의 상태를 살폈다. 세리에A 9경기에 출전해 5골을 득점하며 쾌조의 골 감각을 자랑했던 디발라의 월드컵 이탈을 막기 위함이었다. 디발라는 월드컵 출전 의지를 불태우며 부상 회복에 전념했고, 낙마 우려 끝에 최종명단에는 포함됐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공격수 파울로 디발라가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한 트레이닝센터에서 동료들과 훈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와 소속 구단에선 간판스타인 디발라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유독 작아졌다. 2015년 10월 파라과이를 상대로 첫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이래 그의 대표팀 성적은 총 34경기 4골이다. 소속 구단에서 특급 골잡이로 활약했던 것과 대조되는 성적이다. 그마저도 거의 교체 요원으로 투입됐다.

메시와의 동선 문제가 겹친다는 전술적 이유가 크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전임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를 비롯해 몇몇 사령탑들이 디발라와 메시의 공존을 실험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디발라는 메시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성향이 짙다. 또한 특정 포지션에 얽매이기보다는 상대 진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방향 전환이 잦은 왼발 드리블을 주로 한다.

디발라 자신도 과거 인터뷰에서 메시와의 공존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메시와 비슷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자신의 활동 범위와 역할이 충돌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디발라와 메시를 같은 2선에 배치했을 때 가뜩이나 불안하다고 평가되는 수비 균형이 더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디발라를 명단에 포함했음에도 지난 4차례의 경기에서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디발라의 몸 상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개된 영상과 사진 등을 보면 정상적으로 전술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강력한 슈팅을 날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공격수 파울로 디발라가 지난 3일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호주를 꺾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디발라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2차전 당시 교체 투입돼 단 25분 활약하는 데 그쳤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16강까지 4경기를 치렀지만 나머지 3경기에선 교체로조차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카타르 대회에서는 그때의 설움을 씻고자 출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발라는 5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메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웃으면서 앞으로 나아가자”라고 적었다. 폴란드를 2대 0으로 꺾으며 16강 진출을 확정한 지난 1일에도 “아르헨티나를 따라가 보자”라고 썼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10일 새벽 준결승 진출을 놓고 네덜란드와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8강전을 치른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