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이 쇼핑카트를 끌고 지하철에 탑승하려다 카트 앞바퀴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지하철 운행은 10분 넘게 지연됐다. 지하철역 직원들이 카트를 꺼내려던 중 불꽃이 튀는 등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5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7시41분쯤 지하철 7호선 노원역 하행선에서 쇼핑카트 앞바퀴가 열차와 출입문 사이에 빠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한 노인이 마트에서 식자재를 구매한 후 쇼핑카트에 담은 채 그대로 지하철을 타려고 시도하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서울교통공사 관제센터는 사고 상황을 접수한 뒤 열차를 정지시켰다. 해당 칸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모두 다른 칸으로 이동시켰다.
쇼핑카트 앞바퀴 부분이 열차와 출입문 사이에 낀 상태에서 빠지지 않자 관제센터는 119에 신고했다. 이후 시간이 지연되자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결국 모든 승객을 하차시켰다. 뒤이어 오는 열차의 운행도 중단했다.
119의 출동이 늦어지자 노원역장 등 직원들이 시민과 협조해 열차를 밀면서 쇼핑카트를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 상황을 찍은 한 시민이 SNS에 올린 영상에선 지하철역 직원들이 카트를 빼내는 도중 불꽃이 강하게 튀는 위험천만한 장면이 나왔다.
이후 “열차 좀 함께 밉시다”라는 말이 들리자 시민들은 함께 힘을 모아 열차를 밀었고, 겨우 카트를 빼낼 수 있었다.
영상에는 카트에 담겨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배추 등 식자재가 지하철 객실 안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도 담겼다.
이 영상을 올린 A씨는 카트를 끌고 온 노인을 향해 “처벌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 그 와중에 죄의식 전혀 없이 배추를 챙겨 가려던 노인”이라며 분노했다.
이어 “도와주시는 분들이 감전되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소리치고 말리고, 주변 분들 다 오셔서 지하철 밀고 난리 났는데 미안한 건 전혀 없이 서 있던 모습은 진짜 절레절레”라고 덧붙였다.
A씨의 게시물을 본 또 다른 목격자는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도 생생하다. 그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는데 미안하다는 말도 없어서 기가 막혔다”고 반응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사고와 관련해 “카트를 빼내고 열차와 승강장을 점검한 뒤 운행을 재개했다”며 “승객들은 다시 탑승했고, 14분 정도 지연됐다”고 밝혔다.
한편 쇼핑카트를 끌고 온 노인 승객은 다시 열차에 탑승하지 않고 노원역 밖으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