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정부가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처분 취소소송을 청구했다. 화물연대는 또 노동·시민·인권단체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업무개시명령이 기본권 침해라는 의견을 표명해 달라는 진정을 냈다.
화물연대는 소속 조합원 한 명의 명의로 5일 서울행정법원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처분의 취소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은 지난달 30일 운송사를 통해 문자메시지로 ‘업무개시명령’을 통보 받았다.
화물연대는 이날까지 문자메시지로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조합원은 49명, 등기송달은 2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취소소송 청구 이유에 대해 “범죄와 형벌을 규정하는 법률은 그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및 명확성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업무개시명령 사유로 주장하는) ‘정당한 사유’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 ‘상당한 이유’ 등은 명확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소지가 크다. 이 사건 업무개시명령의 처분 사유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이어 “설령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사유가 존재한다고 해도 ‘기본권의 제한은 필요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 헌법 제15조(직업선택의 자유)와 제10조(행복추구권) 침해이고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29호(강제노동 금지), 87호(결사의자유 및 단결권 보호)를 위배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화물연대는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과 함께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기본권 침해라는 의견을 표명해달라”는 진정서를 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진정서를 통해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업무개시명령 철회를 권고하는 의견표명이나 인권위원장 성명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인권위는 화물노동자 파업에 대한 행정권 발동이 헌법상 기본권과 국제기구 협약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필 책임이 있다”며 “업무개시명령은 2004년 도입된 후 국내외에서 노동3권을 침해한다고 비판받아 지난 18년간 한 번도 발령된 적이 없다. 이는 헌법은 물론 단결권 보호 의무를 규정한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오전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로 인해 시멘트 출하량이 점차 늘어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회복세로 들어섰다.
전남지역에서도 파업 직후 하나도 없던 시멘트 출하가 업무개시명령 이후 점차 늘어나 지난 3일 기준 1만3000t으로 집계됐다. 업무개시명령 이전과 비교해 51% 회복된 양이다. 충북지역 시멘트 출하량은 이날 평소의 70∼80%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멘트에 이어 정유·철강 분야에 대한 추가 운송개시명령(업무개시명령) 발동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오는 6일 국무회의에서는 추가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가능성이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