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범죄로 영구 입국 금지… 法 “다시 판단하라”

입력 2022-12-05 12:17

수년전 국내에서 대마를 수입·흡연해 무기한 입국금지 조치를 당한 미국인이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겼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판사는 재외동포 A씨가 주로스엔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비자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09년 9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다. 이후 그는 2013년 국내에서 대마를 수입해 흡연하다 적발됐다. 2014년 4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고, 그해 10월 출국 명령을 받아 한국을 떠났다. 법무부는 2015년 6월 A씨의 입국을 무기한 금지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재외동포 체류자격 비자 발급을 신청했지만, 주로스엔젤레스총영사관은 “귀하는 출입국관리법상 입국금지 대상자에 해당한다”며 거부했다.

A씨가 영사관 조치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최 판사는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 명령을 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5년간 입국금지 제한을 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재외동포의 국내 출입국과 체류에 개방적이고 포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재외동포법에 비춰 재외동포에 대한 무기한 입국금지 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총영사관이 A씨 비자 발급 여부를 정하면서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 외에 별다른 사정을 검토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최 판사는 “총영사는 공익과 A씨가 입을 불이익 등 서로 충돌하는 법익을 비교해 판단하지 않고, 단지 6년 전 이 사건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거부 처분했다”며 “주어진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에 승복하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