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오른 20대 여성 5년새 62%↑…비만·스트레스 탓

입력 2022-12-05 11:50 수정 2022-12-05 12:39
게티이미지

20·30대, 이른바 MZ세대 고혈압 환자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 분석 결과 20~39세 고혈압 진료 환자는 2017년 19만5767명에서 2021년 25만2938명으로 29.2% 증가했다. 특히 20대 고혈압 환자의 경우 2017년 대비 2021년 44.4% 증가한 가운데, 20대 여성 고혈압은 61.8% 늘었으며 20대 남성 고혈압은 40.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에서의 고혈압 증가 추이가 심상찮다.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혜미 교수는 “최근 20·30대 젊은층에서 고혈압으로 진단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증가 원인으로 비만과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요즘 젊은층을 중심으로 먹방과 배달음식, 외식 위주의 소비 트렌드 등으로 인해 짜고 기름기 많은 음식을 많이 먹는 반면에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량은 적어져 비만율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어 “아울러 장기적인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과 취업난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아져 젊은 고혈압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 댈러스심장연구(Dallas Heart Study)에 따르면 고혈압에 있어 비만은 연관성이 매우 높은데, 교감신경 활성이나 혈압을 올리는 신경전달 물질 분비를 증가시켜 혈압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병원에서 20·30대 비만으로 진단된 환자는 2017년 6340명에서 지난해 1만493명으로 65.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에서의 고혈압 환자 급증이 비만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트레스 역시도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0·30대 고혈압 환자들은 학업, 취업과 바쁜 경제활동 때문에 스트레스 지수와 피로도는 높으면서도 일상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는 비율도 적어 문제가 된다.

젊은층 고혈압 환자는 늘고 있지만, 적극적인 치료율은 낮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대한고혈압학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30대에서 고혈압 인지율은 17%로 낮고 치료율 또한 14%밖에 되지 않았다. 지속 치료율도 전체 연령층 중 20·30대가 가장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김 교수는 “젊은층 대상으로 한 고혈압 인지율 조사결과에 의하면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나 혈압 측정 기회가 적을수록 고혈압에 대한 인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젊은층일수록 만성질환에 대한 인식과 건강 관리가 부족해 나타난 결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고혈압 환자들은 혈압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의사에게 진단을 받거나 치료받는 비율이 낮아 고혈압을 오래 방치해 심장이나 신장 같은 장기가 손상된 상태로 뒤늦게 병원에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고혈압은 나이에 상관없이 오랜 기간 노출되면 심뇌혈관 합병증 발생률이 증가하므로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20·30대 젊은 시기라도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순환기내과 전문의와 상의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상혈압은 수축기 120㎜Hg, 확장기 80㎜Hg 미만이다. 고혈압 전단계는 수축기 혈압 120~139㎜Hg, 확장기 혈압 80~89㎜Hg로 젊은 나이에라도 평소 자신의 혈압에 관심을 갖고 수시로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젊은층 트렌드에 맞는 모바일, 웨어러블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혈압측정기 등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혈압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혈압 관리에 도움받을 수 있다. 아울러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비만을 개선하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기름진 음식,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생선 섭취, 견과류 위주의 올바른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