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오메가엑스 사태 조명하며 “K팝 착취 주목”

입력 2022-12-05 08:57 수정 2022-12-05 09:26

소속사 대표로부터 폭행과 추행을 당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 K팝 그룹 오메가엑스 사태가 미국에서도 조명을 받고 있다. 소규모 연예기획사들의 뮤지션 착취 우려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의 한 호텔에서 벌어진 소속사 대표의 폭언사건 이후 KPOP 착취 문제가 다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소속사 임원이 호텔에서 그룹에 소리를 치르고 멤버 한 명을 바닥에 밀치는 장면이 행인의 카메라에 잡혔고, 이후 멤버는 자비로 귀국해 소속사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며 사건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지난달 사임한 강모 대표는 NYT와 통화에서 “멤버 모두를 엄마처럼 돌봤다. LA 호텔에서 김재한이 바닥에 쓰러진 건 스스로 넘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멤버들이 더 큰 기획사로 옮기기 위해 자신을 상대로 “마녀사냥을 한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NYT는 그러나 이번 사건이 알려진 뒤 오메가엑스의 미국 홍보와 일본 활동을 돕는 현지 회사 최소 2곳이 소속사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와 관계를 단절했고, 미국과 남미 투어에서 자원봉사를 한 많은 사람이 오메가엑스 편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뉴욕 행사에서 분장을 담당했던 지지 그라나도스(25)는 “강씨가 멤버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봤다”며 “누구에게도 그런 식으로 고함을 질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NYT는 K팝 전문가들을 인용해 “일부 기획사, 특히 소규모 기획사가 K팝 아이돌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젊은 아티스트의 행동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어떤 경우에는 폭언과 신체적 학대를 가하는 방식으로 일상적으로 착취한다”고 지적했다.

호주 커틴대의 아시아 대중문화 전문가인 진 리 연구원은 “1990년대 이후 착취의 정도가 체계화하고 일상화했다”며 “K팝 산업이 지배적인 위상으로 올라섰고, 더 많은 젊은이가 그 안에 끌려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YT는 또 “위계질서가 강한 한국에서 노동자들이 권한을 남용한 상사에 맞서 점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K팝 아티스트들은 계약 위반에 따른 결과를 두려워해 소속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