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이 재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출근길 문답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용산 시대’ 소통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4일 “현재로서 재개는 어렵다”면서 “근본적으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대통령실 슬림화’도 사실상 폐기 상태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대통령실 총원의 30%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지난달 17일 국회 운영위 회의에 출석해 “하다 보니 업무량도 많고 계속 늘어난다”면서 “30% (감축) 기준은 정말 지키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직제에 따라 전체 정원이 490명이다.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모두 409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에서 380명, 국가안보실에서 29명이 각각 일하고 있다.
정원 대비 인원이 17% 감축된 것이지만 공약인 30%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출근길 문답이나 대통령실 슬림화가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에서는 “우리도 하고 싶은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출근길 문답은 지난달 18일 이후 16일째 중단 상태다.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MBC 기자와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의 ‘설전’이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그간 출근길 문답의 내용과 방식에 다소 우려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을 거대 담론까지는 아니더라도 굵직한 정책적 이슈를 다룬다든지, 어젠다를 던진다든지 하는 품격 있는 소통의 자리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며 “그런데 갈수록 휘발성이 높은 현안 질문들, 대통령이 답하기에도 민망한 사소한 질문들이 나와 대통령도 우려를 해왔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기존 출근길 문답 방식에 대한 지적들이 많았는데, 조금 더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초창기 출근길 문답은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 없이 바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형식이었다. 여름휴가 이후부터는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한 후 질문을 받는 식으로 변화를 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장 기존 방식과 동일한 형태의 출근길 문답 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라며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예전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대통령실 슬림화’도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이었던 지난해 12월 “청와대 인원을 30% 정도 감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지난달 17일 국회 운영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국민 수요가 워낙 폭주하고 있어서 30% 기준은 정말 지키기 어렵다.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윤 비서관은 또 ‘인원 감축을 30%한다는 계획의 로드맵을 정했느냐’는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실행 계획은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했다”며 “전체적으로 업무량을 운영해보고 인력을 (조정)해 가자고 그랬다”고 털어놨다.
윤 비서관은 “사실 다른 비서관실에서 ‘인력을 충원해달라’ 그러면 무조건 ‘안 됩니다’를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고 있다”며 “차라리 ‘직원을 바꾸십시오. 일 더 잘하는 애를 데려오십시오’라고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슬림화가 충분히 됐다고 느끼는 중”이라며 “비서관실별로 최소 2~3명의 인원이 줄어든 상태”라고 인력난을 호소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여전히 대선 직후 혼란스럽고 좌충우돌하고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단계”라며 “국정운영의 시스템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그러면서도 “아직 취임 7개월째고 시스템 개편과 적응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미숙하다는 결론을 단정적으로 내리기는 이르다”며 “미숙함을 여러 번 드러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된다”고 설명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어떠한 형태로든지 출근길 문답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출근길 문답을 계속하지 않거나 후퇴하는 느낌을 준다면 계속 공격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결국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돼 있기에 대통령실 인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국내외적으로 경제·외교 등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솔직하게 대통령실 중심으로 가겠다며 인력을 보강하든지, 아니면 국무총리와 내각에 권력을 과감히 분산하든지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상헌 문동성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