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축구대표팀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교체되면서 짜증 섞인 표정으로 신경질을 내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최전방에서 한국의 골문을 겨냥했던 호날두는 김영권과 권경원의 협동 수비를 뚫어내지 못하며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호날두의 짜증은 부진했던 스스로의 활약에 아쉬움을 표하는 것으로 해석됐지만, 한국 공격수 조규성 때문이었다는 게 포르투갈 감독을 통해 알려졌다.
이 같은 호날두의 모습은 3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나왔다.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은 1-1 상황이던 후반 20분 호날두와 안드레 실바의 교체를 지시했다.
호날두는 교체 사인을 받은 뒤 그라운드에서 천천히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이미 진출 티켓을 확보한 포르투갈로선 여유 있는 상황이었지만 한국은 달랐다. 16강 진출을 위해 승리가 절실했다. 무승부는 의미가 없었다.
일분일초가 천금 같은 시간에 호날두가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자 근처에 있던 조규성이 나섰다. 조규성은 호날두에게 빨리 나가라는 손짓을 보내며 빠른 교체를 요구했다.
그러자 호날두가 한껏 짜증 섞인 표정을 짓더니 조규성을 흘깃 보고 무언가 중얼거렸다. 이후 끝까지 발걸음에 속도를 내지 않고 벤치로 돌아갔다. 호날두의 굳은 표정은 벤치에 착석한 뒤에도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산투스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당시 호날두의 행동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호날두의 기분이 왜 좋지 않았냐’ 기자의 물음에 “한국의 한 선수 때문에 기분이 나빴던 듯하다. 한국의 어떤 선수가 호날두에게 영어로 무언가를 말하며 빨리 나가라고 손짓했다. 다들 봤을 것”이라고 답했다. 호날두의 짜증 섞인 반응이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며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호날두의 표정은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극장골이 터지자 더욱 굳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포르투갈의 패배 원인으로 호날두의 부진이 지목됐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으나 한국 수비 블록에 갇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호날두는 수비에서 실책을 범해 한국의 동점골을 돕기도 했다. 이강인이 올린 코너킥이 조규성의 머리를 스친 뒤 호날두의 등을 맞았다. 이 공은 골문 앞에 있던 김영권에게 흘렀고, 김영권이 이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당시 동료들에게 화를 내는 호날두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축구 통계매체 폿몹은 호날두에게 평점 4.9점을 부여했다. 이날 교체 선수를 포함해 그라운드를 밟은 양 팀 선수 중 가장 낮은 점수다. 두 번째로 낮은 안드레 실바(5.9점)보다 1.0점 낮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