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캡틴’ 손흥민 또 울었다, 이번엔 기쁨의 눈물

입력 2022-12-03 02:59 수정 2022-12-03 04:05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3일 0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2대 1로 승리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별명은 ‘울보’다. 월드컵과 올림픽 본선에 출전해 안타깝게 패할 때마다 펑펑 눈물을 쏟아낸 탓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2019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아쉬운 탈락의 현장에서 북받치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흘린 눈물은 달랐다. 손흥민은 동료들과 얼싸안고 환호하며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관중석의 한국 응원단은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조별리그 H조 마지막 날인 3일 0시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포르투갈을 2대 1로 꺾고 벌어진 일이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3일 0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2대 1로 승리한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국은 이날 후반 추가시간 1분 나온 황희찬의 결승골에 힘입어 영화 같은 역전승을 기록했다. 모든 상황이 불리했다. 2연승을 질주하고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포르투갈과 다르게 1무 1패(승점 1)의 불리한 전적을 가지고 승부에 임했다. 포르투갈을 꺾는 것 만으로도 부족했다. 포르투갈에 승리한 뒤 같은 시간 치러진 우루과이와 가나의 3차전 결과까지 살펴야 했다.

승리의 여신은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른 실점을 내줬음에도 포르투갈을 꺾었고, 우루과이도 가나에 2대 0으로 승리했으나 다득점에서 뒤처지며 16강 진출권은 한국에 돌아갔다. 경기를 앞두고 한국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미국 통계 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는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을 9%로 수치화했었다.

손흥민이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벨기에에 0대 1로 패한 뒤 탈락이 확정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이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을 2대 0으로 꺾고도 탈락하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간절함으로 똘똘 뭉친 한국 선수들은 4년 전 탈락의 아픔을 털어냈다. 손흥민은 2018년 ‘도하의 기적’에 이어 ‘알라이얀이 기적’을 작성했다. 2018년 독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대 0 승리라는 기적을 쓰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하자 신태용 감독과 주장 기성용에 품에 안겨 울었지만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 월드컵은 손흥민에게 특별히 ‘짠한’ 무대였다. 월드컵을 앞두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전에서 상대 수비수 어깨에 받혀 안와골절을 당해 수술까지 받았다. 회복까지 최대 2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낙마 가능성까지 제기됐으나 보호 마스크를 쓰면서까지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손흥민의 투혼은 결실을 맺었다. 포르투갈전에 후반 막판 점유율을 내주며 답답한 상황이 계속됐던 순간 마침내 일을 냈다. 공격으로 전환되는 역습 상황에서 단독 돌파를 이어갔고, 뒷공간을 침투하던 황희찬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황희찬은 손흥민의 패스를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이 득점은 12년 만에 한국의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천금골’이 됐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3일 0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2대 1로 승리한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도 벅차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연신 눈물을 쏟아내며 “국민 여러분의 응원 덕에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는 에너지와 힘을 받았다”고 극적인 16강 진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생각한 대로 어려운 경기였다. 처음에 실점해서 더욱 그랬다”면서도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뛰고 희생한 덕분에 이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월드컵 16강 진출은 세 번째 출전 만에 처음이다. 그는 “이 순간을 상당히 많이 기다려왔다. 선수들이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주장인 제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는데 선수들이 커버해줘서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