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0% 상승하며 4개월 연속 5%대에 머물렀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6.3%로 정점을 기록한 후 상승세는 둔화했지만 근원물가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내년 초까지 5%대의 물가 상승률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로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4.8%)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 서비스 가격은 급격하게 상승했으나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안정되면서 상승세는 꺾인 모양새다.
11월의 물가 상승은 가공식품, 외식 등의 가격 상승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가공식품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9.4% 올랐다. 이는 2008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특히 빵(15.8%), 스낵 과자(14.5%)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외식 서비스 가격도 1년 새 8.6%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 상승의 여파도 이어졌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의 지난달 상승률은 23.1%로 10월과 같았다.
반면 폭염, 장마 등으로 급격하게 가격이 올랐던 농·축·수산물은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0.3% 상승했다. 10월(5.2%)에 비하면 상승 폭이 둔화한 모습이다. 특히 오이(-35.3%), 상추(-34.3%), 호박(-34.9%) 등의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상승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7월 이후 4개월째 상승세를 보였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3% 상승해 전월(4.2%)보다 크게 올랐다.
상승세는 둔화했지만 5%대의 고물가 상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2월 물가도 11월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엔 경기 둔화 등으로 수요 쪽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급 측면의 악재가 없다면 올해보다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내년 초까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소비자물가는 내년 초까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이의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경기 둔화 폭 확대 가능성 등은 물가 하락 요인, 에너지 요금 인상 폭 확대 가능성 등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