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대와 러시아 6대 등 중·러의 폭격기·전투기 8대가 30일 남해와 동해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다만, 중·러 군용기 8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
카디즈는 우리 영공방위를 위해 동·서·남해 상공에 설정한 임의의 선으로,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우리 군은 우발상황에 대비해 F-15K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러시아의 군용기가 카디즈에 함께 진입한 것은 지난 5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중국 H-6 폭격기 2대가 이날 오전 5시 48분쯤 이어도 서북방 126㎞ 지점에서 카디즈에 진입한 후 동쪽으로 비행하면서 오전 6시13분쯤 카디즈를 이탈했다.
같은 H-6 폭격기 2대는 오전 6시44분쯤 포항 동북방 카디즈에 재진입해 북쪽으로 향하다가 오전 7시7분쯤 카디즈를 빠져나갔다.
중국 H-6 폭격기 2대는 약 5시간 후인 낮 12시18분쯤 러시아 군용기 6대(TU-95 폭격기 4대·SU-35 전투기 2대)와 함께 울릉도 동북방 200㎞ 지점에서 카디즈에 또다시 진입했다.
이들 중·러 군용기 8대는 독도 동남쪽으로 비행하다가 두 개 조 형식으로 갈라져 12시36분쯤 카디즈를 이탈했다.
중국 H-6 폭격기 2대와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 등 4대는 동해 카디즈 외곽을 따라 남서 방향으로 비행했고, 나머지 러시아 폭격기·전투기 4대는 북쪽으로 비행하면서 카디즈를 빠져나갔다.
중국 H-6 폭격기 2대는 이날 모두 3차례 카디즈에 진입했다가 이탈하는 행위를 반복한 것이다.
이번 카디즈 진입과 관련해 중국·러시아 군용기들이 동해 인근에서 함께 비행하면서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당국은 카디즈 진입 당시 우리 군이 한·중 군사 직통망을 통해 경고하자 통상적인 훈련의 일환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우리 군은 중·러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 이전부터 F-15K 등 공군 전투기 등 충분한 전력을 투입해 우발상황에 대비한 전술조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타국 방공식별구역 진입 전에는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통보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러시아의 경우 방공식별구역 개념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사전 통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5월 24일에도 연합 비행훈련을 명분으로 카디즈에 진입한 바 있다. 당시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4대가 독도 인근 카디즈에 순차적으로 진입한 이후 이탈했다.
일본 방위성도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발진했다고 밝혔다.
방위성은 중국 H-6 폭격기 2대가 이날 오전 동중국해에서 대한해협을 경유해 동해로 이동했고, 비슷한 시점에 러시아 소속으로 추정되는 비행체 2대가 동해를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