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목화를 이끈 극작가 겸 연출가인 오태석 전 서울예대 교수가 28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은 1963년 연세대 철학과 재학 당시 동인제 극단 회로무대를 창단했고, 1967년 희곡 ‘웨딩드레스’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40여 년 동안 극작가, 연출가, 제작자로 활동하면서 6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선보였다.
고인은 한국의 전통적 소재와 공연기법을 활용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연극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되살리고 언어에 담긴 문화와 정신을 전승하고자 전국 사투리와 중국 연변 등 말을 수집하고 연극 언어로 발전시켰다. 서울예대 교수와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냈고 서울연극제 대상, 동아연극상 대상 등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태’ ‘춘풍의 처’ ‘자전거’ ‘부자유친’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로미오와 줄리엣’ ‘내 사랑 DMZ’ ‘용호상박’ ‘템페스트’ ‘도토리’ 등이 있다.
고인은 1984년 극단 목화(목화레퍼터리컴퍼니)를 창단해 다수의 명배우를 길러내기도 했다. '오태석 사단'으로 불리는 목화 출신 배우로는 박영규, 손병호, 김병옥, 정은표, 성지루, 박희순, 임원희, 장영남, 유해진 등이 있다.
하지만 2018년 고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배우들의 폭로가 잇따르는 등 ‘미투’ 논란에 휩싸이면서 연극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고인은 당시 입장 발표를 하려다 번복한 뒤 별다른 사과 표명 없이 연극계를 떠나 은둔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발인 12월 1일 오전 11시.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