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5일째’ 항만·건설·철강 피해 눈덩이

입력 2022-11-28 15:24 수정 2022-11-28 16:30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들어간 지 5일째인 2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일 오전 11시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 이곳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2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조합원 50여명과 이들을 통제하는 경찰관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터미널 입구 반대편 도로에는 화물차 40여대가 무력시위를 보여주듯 붉은색 깃발을 내건 채 300m가량 줄지어 서있다.

화물연대가 이곳에 설치한 확성기로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비롯해 파업 동참을 요구하는 말들이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한 화물연대 조합원은 터미널 앞 도로를 지나가던 화물차를 상대로 “XXXX(차량번호), 언제까지 위험하게 일만 할 것인가”라며 파업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선전전은 오히려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로 그칠 때가 많다.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기 위해 터미널 입구를 지나가야 할 화물차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다. 화물차들이 질서정연하게 터미널을 오갈 수 있도록 설치된 10차로 도로가 무색할 정도다. 특히 겐트리 크레인과 야드 트랙터가 오가며 컨테이너를 쌓고 있는 분주한 터미널 내부와 화물연대의 확성기 소리만 가득한 터미널 외부는 이질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총파업 5일째인 화물연대는 이날부터 파업 참여 여부를 조합원 자율로 맡겼지만, 인천에서는 전체 조합원의 80%인 1400여명이 여전히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신항 등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 반출입량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집계한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 반출입량은 775TEU로 지난달 1일 평균 1만3천229TEU보다 94.14% 급감했다.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 장치장의 포화 정도를 의미하는 장치율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73.4%로 파업 전날 같은 시간 72.6%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만 화물연대는 파업을 중단할 계획이 당장 없고 파업 장기화로 장치율이 80%를 넘어가면 항만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인천해수청의 설명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들어간 지 5일째인 2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인근 도로를 파업에 동참한 노조원 화물차량이 차지하고 있다.

인천의 일부 건설현장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시멘트 공급이 끊기면서 공사 중단 위기에 놓여 있다. 서구의 A상가와 B아파트, 미추홀구의 C아파트 건설현장 등은 2∼3일 안에 비축해둔 시멘트를 모두 소진할 예정이라서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A상가 건설소장은 “수요일(30일)이면 현장에 비축했던 시멘트를 모두 다 쓸 것으로 보인다”며 “시멘트를 새롭게 공급받지 못하면 공사를 중단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출하량 대부분을 육송으로 처리하는 철강업계의 피해 역시 누적되고 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철강재 출하를 5일째 중단한 상태다. 1일 평균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철강재 출하량은 1만t가량이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관계자는 “대보수 기간이라 당장 출하할 재고가 많지 않았던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누적될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현재 기동대 4개 중대 280명과 3개 경찰서 소속 경찰관 140명을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등 8곳에 집중 배치해 파업을 통제하고 있다.

글·사진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