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사기 비관해 두 딸 살해… 40대 엄마, 징역 12년

입력 2022-11-26 00:02
국민일보DB

투자 사기를 당한 뒤 더는 딸들을 키우기 어렵겠다는 비관에 빠져 두 딸을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40대 여성이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혜선)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49)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9일 새벽 전남 담양군 다리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딸 B씨(25)와 C양(17)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딸과 같은 학교 학부모로 만나 오랜 지인 사이였던 박모(51)씨에게 4억여원을 투자 사기당했다.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극심한 절망감에 빠졌고, 딸들을 키울 수 없다고 비관해 살해를 결심했다.

A씨는 범행 당일 남편에게 박씨의 사기 사실을 신고하겠다며 두 딸과 집을 나선 뒤 평소 가족과 자주 놀러 가던 장소에 차를 세웠다. B씨와 C양은 범행 당일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A씨는 뒷좌석에서 다량 출혈로 의식을 잃은 채였으나 즉각 병원으로 이송돼 목숨을 구했다. 그는 이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며 자해를 해 몇 달간 치료를 받았다.

재판부는 “비록 A씨가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던 딸들을 더는 책임지기 어렵다고 여겨 이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피해자들이 스스로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박탈해 죄책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첫째 딸은 범행 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생을 마감하기로 했고 둘째 딸 역시 결국은 어머니의 계획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등 부모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 남편이자 피해자들의 아버지, 친척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등 가족들의 유대 관계가 분명한 점, 살인을 미리 계획한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기준의 상한을 다소 초과한 형을 내린다”고 밝혔다.

앞서 A씨에게 4억원을 가로챈 사기범 박씨는 A씨 외에도 지인 10명에게 “부동산 경매, 무기명 채권, 어음 등을 거래해 고수익을 얻었다”면서 투자를 유도해 15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최근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