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 11월 16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등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소관 10개 법률에 산재한 행정형벌 274개 항목 중 217개(79.2%)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검토 의견을 밝혔다.
행정형벌이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수범자에게 형법상의 형벌(징역 또는 벌금형)을 과하는 것이다. 행정형벌은 말 그대로 형벌이므로 시정조치나 과징금과 같은 행정적 제재 또는 경미한 질서위반에 대한 과태료(행정질서벌)와는 구별된다. 따라서 죄형법정주의를 따라야 함은 물론이고, 그 과형절차 역시 형사소송법 절차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죄형법정주의는 대한민국 헌법의 대원칙이자 형법의 핵심적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다. 이를 벗어난 형벌은 그 정당성을 상실한다.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으로는 성문형법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유추해석 금지원칙, 소급적용 금지원칙, 과잉금지 원칙이 있는데, 전경련은 위 행정형벌조항 상당수가 과잉금지 원칙을 준수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과잉금지원칙은 형벌과 보호받는 법익간에 서로 형평이 맞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구체적으로 그 법익 보호라는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목적의 정당성), 형벌이 위 목적 달성에 적합한 것이어야 하며(수단의 적합성), 형벌로 인한 기본권 제한은 최소화하면서(침해최소성) 그것이 형벌로 인해 달성할 공익상 효과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법익균형성)이다.
그렇다면 공정거래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공정거래법 제1조 목적 조항에 따라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직접적 보호법익으로, 이를 통해 ‘창의적인 기업활동 조성', ‘소비자 보호',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간접적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 공정거래법 제45조의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 대부분이 시장의 경쟁질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을 문제 삼기보다는 개별적 거래관계에서의 거래내용과 거래방법의 불공정성을 규제한다. 민사적 성격이 강한 사적자치 영역에 대한 규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위반행위를 형벌로 규제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의 직접적 보호법익(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수단의 적합성).
또한 공정거래법이 규제하는 다양한 행위유형은 그 수범자 요건과 행위 요건의 기술이 다소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 경우 시장지배적사업자만 수범자가 되는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관련시장의 획정, 진입장벽의 정도, 인접시장의 여부, 상품의 특성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서 수범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시장지배적지위에 있음을 인식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또한, 행위 요건에 있어서 자주 등장하는 ‘부당성', ‘현저성' 등의 요건은 일의적이거나 객관적이지 않고, 가령 ‘통상거래가격'과 같은 개념은 여러 가지 변수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대상이라는 점에서 수범자가 자신의 행위요소가 위법한지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죄형법정주의 중 명확성의 원칙).
무엇보다, 공정거래법상 형벌이 과징금과 같은 행정적 제재에 비해 특별히 억제력이 더 크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징금의 부과기준을 적절히 수정함으로써 형벌의 역할을 충분히 다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행정형벌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침해최소성, 형벌의 최후수단성).
이처럼 죄형법정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정당성이 부족한 행정형벌들은 모두 완화되거나 적절한 행정제재 등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도 연관이 있다. 현재 검찰은 여전히 공정거래 관련 경제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전속고발권의 존폐와 관련해 발생 가능한 문제들이 있다. 지난 11월 3일, 공정위와 검찰 실무진 핵심부서가 만나 이에 관련된 논의를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전속고발권 존폐에 관한 논의가 재점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활동을 경찰을 포함한 수사기관이 형사법적 시각 위주로 규제할 경우, 위반행위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기업의 자유와 창의적인 경제활동 등을 위축시켜 헌법과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시장경제질서를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을 포함한 경제법에 규정된 행정형벌이 헌법의 법치주의와 죄형법정주의 원칙 하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재정비하는 작업이 지금 시점에 필수적인 이유다.
강우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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