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PM10)에 많이 노출될수록 뇌가 손상돼 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MRI(뇌자기공명영상) 분석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
서울대병원(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 신경과 정한영 교수)·보라매병원(신경과 권형민 교수)·국립암센터(김현진 교수) 공동 연구팀은 건강검진에서 뇌 MRI를 촬영한 성인 3257명(평균나이 56.5세)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의 이런 위해성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분석 대상자의 거주지역별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연간 노출량으로 추정하고 1년간의 노출량 차이가 뇌 백질 변성(WMH), 무증상(열공성) 뇌경색, 뇌 미세출혈 등 병변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조사 기간 중 전체 지역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49.1㎍/㎥이었다.
뇌 백질은 MRI 영상에서 뇌 중심부 옆으로 하얗게 보이는 부분을 말한다.
이 백질에 퍼져 있는 작은 혈관들이 손상된 상태를 뇌 백질 변성이라고 한다.
무증상 뇌경색은 뇌 속 작은 혈관이 막혀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이들 질환 모두 MRI에서 무증상의 병변으로 보인다. 하지만 점차 뇌 노화가 비정상적으로 진행돼 뇌졸중이나 치매 등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뇌 백질 변성 면적이 약 8%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같은 조건에서 무증상 뇌경색이 발생할 위험은 약 20% 더 높아지는 것으로 평가했다.
미세먼지를 제외한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등 다른 대기오염물질들은 이런 병변들과 뚜렷한 연관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연구팀은 미세먼지에 들어 있는 나노입자가 사람의 폐포 장벽을 통과하거나 혈액 세포에 직접 영향을 미쳐 염증 반응이 활성화되고 이 같은 염증이 대뇌의 작은 혈관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진호 교수는 “미세먼지가 뇌 속 소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한 뇌 MRI 영상 분석에서 입증됐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평소 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하는 생활 습관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지속해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