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교체, 사재 출연… ‘유동성 우려’ 빠르게 지우는 롯데

입력 2022-11-23 17:09 수정 2022-11-23 20:32
서울 서초구 롯데건설 본사. 뉴시스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발 빠르게 시장 우려 불식에 나섰다. 롯데건설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신동빈 회장은 사재를 출연하면서 ‘소문의 확산’ 차단에 뛰어들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이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방아쇠다. 주요 계열사가 유상증자, 주식 매각 등으로 자금을 확보해 롯데건설에 긴급하게 투입하면서 불안한 시선들이 늘었다. 롯데그룹은 “현금성 자산이 충분해 유동성 위기는 아니다”고 강조한다.

롯데그룹은 정기 임원인사 단행을 앞두고 롯데건설 신임 대표이사에 박현철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사장)을 23일 내정했다. 임기 4개월을 남겨둔 하석주 전 대표가 수차례 사의를 표하면서다.

부동산 PF시장 경색으로 우발부채(장래 발생 가능성있는 채무)가 수조원에 이르는 롯데건설 대표를 공석으로 둘 수 없는 상황이라 정기 임원인사 이전에 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상황을 보고받던 신 회장은 최근 귀국해 선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지난 19일 롯데건설 자금난 해소를 위해 사재 11억7254만원을 투입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보통주 9772주를 취득했다. 책임경영 차원의 행보로 풀이된다.

내년 말까지 갚아야 하는 롯데건설의 우발부채에 대응하기 위해 롯데건설은 최근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롯데홈쇼핑, 롯데정밀화학 등으로부터 1조1000억원을 차입했다. 금융사 차입금 3500억원과 본사 담보 대출 3000억원 등을 포함해 1조7500억원을 확보했다.

롯데그룹은 그룹 전체의 현금성 자산이 15조원 이상이라 부채를 충당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년 이하 단기 차입금 비중이 30% 수준이라 한꺼번에 상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주택사업 비중이 크다 보니 PF 시장 경색의 영향을 많이 받는 측면이 있다”며 “시장 불안감이 가라앉고 신뢰를 회복해 분위기가 안정화하면 일시적인 자금난도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투입한 롯데케미칼은 지난 21일 “4분기를 포함해 내년까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