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자신은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으며 아들이 이 회사에서 거액을 받은 사실조차 몰랐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2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의 공판을 열어 검찰 측 증거에 관한 변호인 의견 진술을 들었다.
화천대유 말단 직원이었던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는 지난해 퇴사하면서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성과급으로 받았는데 검찰은 병채씨를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의 우회 통로로 보고 있다.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은 이와 관련해 “사망한 아내의 재산이 아들에게 6억6000만원, 딸에게 6억원 정도 상속됐다”며 “아들의 퇴직금 액수를 알았다면 상속 재산을 이렇게 분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을 얼마나 받았는지조차 몰랐던 만큼 이를 대가성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곽 전 의원의 아내는 ‘50억 클럽’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전인 2021년 5월 20일 사망했다.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은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으며 곽 전 의원으로부터 어떤 부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신문 조서도 공개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대장동 일당의 화천대유와 하나은행이 구성한 ‘성남의 뜰’ 컨소시엄이 와해하지 않게 도움을 준 대가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부탁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이다.
공개된 조서를 보면 김 전 회장은 검찰에 “곽 전 의원을 처음 본 것은 2017년으로, 우연히 같은 식당에서 식사하다가 지인을 통해 소개받고 인사했다”면서 “식당에서 만나 인사하기 전에는 곽 전 의원을 전혀 몰랐고 만나거나 연락한 일도 없다. 2017년 이후로도 연락하거나 만난 일이 없고 어떤 부탁도 받은 적 없다”고 진술했다.
변호인은 “이 진술조서가 작성된 시점은 2021년 12월 30일로, 피의자 신분이었던 곽상도 피고인에게 알선수재 혐의로 1차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는 지난 5월 법정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상도 형이 하나은행 회장에게 전화해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줘 우리가 선정될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5년 호반건설 측에서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새로 꾸리기 위해 하나은행 측에 접촉했는데, 곽 전 의원이 당시 하나은행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이를 막았다는 주장이다. 하나은행은 이미 화천대유와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꾸린 상태였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