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의 유력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가 정밀한 비디오판독(VAR) 능력을 갖춘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SAOT)’ 앞에 무너져 내렸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3위의 아르헨티나는 22일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51위 사우디아라비아에 2대 1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총 4골을 넣었는데, 3골은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서 효율적인 수비를 펼쳤다.
SAOT는 능력을 남김없이 발휘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7개 오프사이드를 범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슈팅 3개만으로 2골을 만들어 냈다.
FIFA가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 선보인 SAOT의 핵심은 경기장 지붕 아래 위치한 12개의 추적 카메라다. 각 선수의 관절 움직임을 29개의 데이터 포인트로 나눠 인식하고, 초당 50회 빈도로 움직임을 읽어낸다. 공인구인 ‘알리흘라’ 안에도 관성측정센서(IMU)가 장착돼 초당 500회 빈도로 공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종합한다. 이렇게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독한 뒤 결과를 VAR 조정실에 알린다. VAR 담당 심판이 오프사이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필드의 주심에게 알리고, 주심이 최종 판단을 내린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스포츠연구소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와 손을 잡고 3년간 개발한 끝에 만들어 낸 기술이다.
SAOT가 도입되면서 그간 오프사이드 판정에 걸리는 시간은 크게 줄었다. 기존 평균 70초에서 25초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선 전반 3분에 터진 에콰도르의 첫 골이 SAOT의 눈에 걸려 노골로 판정됐다.
일부 아르헨티나 팬들 사이에서는 비디오판독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다. SNS에서는 전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여러 골이 무산된 것을 두고 ‘아무리 골을 넣어봐라. 다 취소임’ 같은 글과 사진이 확산됐다.
아르헨티나의 주장 리오넬 메시(35)는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27일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는 26일 폴란드와 2차전을 벌인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