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대통령실이 특정인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직접 취한 것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중단에 이어 장 최고위원 고발이라는 강수를 꺼내 들면서 ‘원칙·강경 대응’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장 최고위원이 (김 여사의) 캄보디아 심장병 아동 방문 사진에 대해 ‘최소 2∼3개의 조명 등 현장 스튜디오를 동원한 콘셉트 촬영’이라고 허위 발언을 했고, 가짜뉴스를 SNS에 게시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고발 이유에 대해 “인터넷 게시판의 출처 불명 허위 글을 토대로 가짜뉴스를 공당의 최고로 권위 있는 회의에서 퍼뜨렸다”며 “조명이 없었다는 대통령실 설명 뒤에도 글을 내리거나 사과하기는커녕 외신에 근거가 있다며 허위사실을 계속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 “무엇보다 외교 국익을 정면으로 침해하고 국민 권익에 직접 손해를 끼쳐 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장 최고위원의 ‘콘셉트 촬영’이라는 허위 발언이야말로 대한민국과 캄보디아 정부에 대한 결례이자 환아 가족에게 큰 상처를 주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했던 김 여사는 지난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심장질환을 앓는 현지 어린이의 집을 방문했고, 대통령실은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외신과 사진전문가의 분석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김 여사 사진에 조명이 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MBC의 보도 등이나 장 최고위원의 의혹 제기는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면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갔던 정치권을 둘러싼 관행적인 문화를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깔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근길 문답 중단과 민주당 최고위원을 상대로 한 법적 조치 등은 잘못된 것은 바로 잡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장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야당 국회의원을 고발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 아니냐”면서 “국민을 대리해서 질문을 드리는 건데 거기에 대해 재갈을 물리기 위해 고발하고, 겁주기와 겁박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게 없는데, 기분 모욕죄 정도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출근길 문답 중단 이후 강경 기조를 고수할 방침이다.
특히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지난 18일 출근길 문답에서 MBC 기자가 공격적인 태도로 윤 대통령에게 질문을 했던 영상에 근거해 여론이 우호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시 MBC 기자는 윤 대통령의 대답을 듣기 위해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니라 위협적인 자세로 고함을 질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원칙·강경 대응 기조로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장기화되는 특정 언론과의 갈등에 대한 피로감과 야당의 공세는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익 앞에 여야가 없다”며 “정쟁은 국경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있다”고 밝히면서 여야의 협력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전쟁을 방불케 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정부가 힘껏 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