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세력’의 폭로전에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부 분열 조짐이 보이자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인사들이 앞장서서 분란 조기 진화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친명계뿐 아니라 비명(비이재명)계도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파상 공세 앞에 ‘단일대오’를 형성한 분위기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22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도 이 대표와) 정치 공동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정 실장과 이 대표를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한 것을 빗댄 말이다.
이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 의원은 “제가 이 대표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는데, 그는 부정·비리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라며 “국민에게 이 대표에 대한 유죄의 심증을 심어주기 위해 검찰이 불법적인 피의사실 공표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정진상 피의자와 이 대표를 ‘정치 공동체’라고 하는데, (이런 표현으로) 마치 (두 사람이) 공범인 것처럼 보이게 해서 이 대표를 기소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8·28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지도부’에 합류한 정청래 최고위원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이 공소장에서 (이 대표와 정 실장을) 정치적 공동체라고 하는데, 그러면 저도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라며 “민주당 국회의원은 모두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남 변호사가 누군가에게 들었다고 하는) ‘전언’은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배제당한다”고 지적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정 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기는 했지만, 이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물증이나 진술은 하나도 없는데 무슨 내분이 일어나겠느냐”며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하거나 기소하면 민주당은 더 세게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명 진영에서도 지금은 단일대오를 이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낙연계인 이병훈 의원은 입장문에서 “지금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과 검찰의 야당 탄압에 맞서 하나가 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낙연계 의원들이 다음 달 단체로 미국을 방문해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단체로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 이낙연계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여름에 연말이든 연초든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 미국에서 소주나 한잔 하자는 얘기가 지나가듯 나온 적은 있지만, 이후 구체적으로 방미를 추진한 적은 없다”며 “지금은 그렇게 움직일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친문재인계 한 의원도 “윤석열정부와 검찰이 노리는 것이 민주당 분열이라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그 장단에 맞춰줄 필요가 있겠냐”며 “비가 내릴 때는 우산을 함께 쓰고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욱 안규영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