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정보에 대해 “연락처는 물론이고 명단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는 지난달 29일 참사 이틀 만에 명단을 확보했고, 지방세 감면 등 실무를 위해 이를 활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행안부가 해명과 달리 유족 명단을 갖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행안부는 실무진이 자체 확보한 것이라 이 장관은 미리 알지 못했던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지난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나왔다. 당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동의한 사람들에 한해 유족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며 “연락처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다 가지고 있다. 이분들에게 이런 자리가 있는데 하시겠느냐고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행안부에서는 유족 전체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민 의원은 “행안부 장관은 참사 수습 및 대책과 관련한 TF 단장이다. 그 TF 단장이 유족 연락처를 여러 번에 걸쳐서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해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그럼 TF에서는 유족들과 연락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에 이 장관은 “국무위원이 하는 말을 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자꾸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행안부에서는 연락처는 물론이고 명단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아니, 실제 안 가지고 있는 거를 그렇게 윽박지른다고 제가 정보가 저절로 생기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관의 발언은 사실과 달랐다. 행안부가 참사 발생 이틀 만인 지난달 31일 서울시로부터 유가족 이름과 연락처 등이 정리된 자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행안부는 이 자료를 활용해 각 지자체에 지방세 감면 대상 유족의 명단을 통보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행안부가 유가족 명단을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장관의 설명과 달리 참사 직후 행안부가 희생자 명단과 유가족 연락처를 입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왜 국무위원을 못 믿냐’며 큰소리쳤던 게 거짓이 아니라면 장관은 실태 파악조차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라도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사죄의 길”이라고 쏘아붙였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행안부가 당초 해명과 달리 10·29 참사 유족의 명단을 가지고 있고, 정책 집행에 활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국회에서 왜 국무위원 말을 못 믿냐며 큰소리치던 이 장관의 모습을 생각하면 참 아연실색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장관은 명단 보유 사실을 숨기려 했던 것인가”라며 “숨기려 했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고, 파악하지 못했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무능의 극치”라고 했다.
행안부는 유가족 명단은 실무진이 자체 확보한 것이고, 이 장관은 그런 사실을 미처 몰랐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 장관이 해당 자료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예결위 답변 직후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