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이 20일 발생한 KF-16 전투기 추락 사고를 계기로 정찰자산과 비상대기 전력을 제외한 모든 기종의 비행을 일시 중지하고 전반적인 안전 점검에 나섰다. 이로 인해 당장 21일 시작될 예정이던 ‘소링이글(Soaring Eagle)’ 훈련이 시행되지 못하는 등 각종 훈련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공군은 21일 “오늘부터 계획됐던 소링이글 훈련은 어제 발생한 항공기 사고에 따른 비행 중단으로 인해 잠정 연기 후 세부 훈련 일정 등을 수립해 추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링이글은 적 공중전력의 대량 기습 침투를 저지하고 도발 원점을 응징·타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공중종합훈련이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훈련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정권교체 후 올해 전반기부터 공개로 전환했다. 후반기 훈련은 21~25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군이 이날을 ‘핀셋 데이’로 정하면서 훈련이 전격 연기됐다. 핀셋 데이는 공군에서 항공기 기체를 비롯해 안전 관련 각종 절차와 제반 사항을 두루 살펴보는 날을 뜻한다.
전날 오후 공군 19전투비행단 소속 KF-16 1대가 경기 양평군 양동면 야산에 추락했고, 조종사 1명은 비상 탈출했다. 공군은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KF-16 기종의 비행을 중지키로 했다.
공군의 주력 기종인 KF-16의 운용이 당분간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군의 대북 대응력에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북한이 중·단거리탄도미사일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쏘는 데다 7차 핵실험도 언제 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대비태세와 비상대기 전력은 군이 가장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임무”라며 “KF-16도 비상대기에는 투입한다”고 말했다.
KF-16은 F-15K와 함께 우리 군 항공 전력의 중추에 해당한다. 약 130대를 운용 중이며 최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도 투입했다. KF-16은 지난 2일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쐈을 때도 대응 사격에 나서는 등 최근 늘어난 훈련과 대북 대응으로 인해 출격이 잦아지고 있다.
KF-16은 1997년 8월 첫 사고 발생 이후 이번까지 8번의 추락 사고가 있었다.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기체 노후화가 지목된다. 공군은 1981년 ‘피스브릿지’로 불리는 전력 증강 사업에 따라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KF-16을 도입했다. 군 안팎에선 도입된 지 30년 안팎의 오래된 전투기가 많아 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많고,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재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공군은 윤병호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