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어려운 이웃교회에 성탄절 트리를 선물하는 교회가 있다. 강남연동교회(홍정근 목사·이하 연동교회)와 중심교회 The Hub(이기둥 목사·이하 중심교회)는 최근 인천에 있는 교회 3곳과 제주 서귀포에 있는 교회 1곳에 성탄절 트리를 설치했다. 트리는 연동교회가 준비하고, 트리를 장식하고 세우는 일은 중심교회 이기둥(48) 목사와 성도들이 맡았다. 준비는 연동교회가 하고 배달은 중심교회가 맡은 셈이다.
홍정근(64) 목사는 2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몇 해 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할 수 있는 사역을 고민하다가 우리보다 더 작은 교회에 성탄절 트리를 세워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첫 해 5개 교회에 트리를 설치한 것으로 매년 트리를 선물해왔다. 주로 개척교회를 돕는 거라 성도들도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올해 트리의 높이는 2.2m. 하얀 가지가 특징이다. “와~ 멋지다!” 성탄절 트리에 불이 켜지는 때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중심교회 교역자와 성도들은 지난 14일 제주도 서귀포 향림교회를 직접 방문해 트리를 설치했다. 김기동 향림교회 목사는 “성탄절을 앞두고 뜻밖의 선물을 받게 돼 기쁘다”며 흐뭇해했다. 트리를 설치할 교회는 주변 교회나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올해 설치한 4곳은 교단도 다 다르다. 향림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인천 연수구 꿈꾸는교회는 백석, 인천 남동구 넘치는교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인천 부평구 오병이어교회는 예장 합동 소속이다. 향림교회를 제외한 3곳엔 20일 설치됐다. 수세미로 쓸 수 있는 도넛 모양의 리스와 메모지, 장식품은 중심교회 성도들이 직접 준비했다.
인천 교회 2곳에 트리 설치를 도운 박정혜 중심교회 집사는 “나는 멋진 트리를 배달하는 심부름만 한 건데 받으신 분들이 하나님에게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해서 참 감사했다”고 했다. 박 집사의 아들 최선호(14)군은 교회에서 트리를 설치한 후 교회에서 배운 드럼 실력을 뽐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 목사는 “트리 설치 과정에 특별한 건 없다. 홍 목사님이 개척교회 가서 물 한 잔도 마시지 말라고 해서 그건 철저히 지꼈다”며 웃었다.
두 교회는 대형 교회가 아니다. 2021년부터 경기도 성남 수정구의 한 공간을 같이 쓰는 ‘공유 교회’다. 두 교회는 장년 성도가 각각 30명가량 된다. 연동교회 성도가 중심교회 성도보다 연령대가 더 높다 정도의 차이가 있다. 선교단체 키즈워십에서 출발한 중심교회는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 26개국어로 번역하고 있다.
홍 목사는 “크리스마스의 정신은 나눔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내어주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며 “우리 교회가 많은 것을 가지진 않았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교회와 작은 것을 나눔으로써 성탄절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교회 안의 나눔이 성탄절을 더 따듯하게 만들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