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알게 된 타인 신상 경찰에 제출… 대법 “개인정보 누설”

입력 2022-11-21 14:09

고소장이나 고발장에 동의 없이 타인의 개인정보를 첨부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지역 농협에서 근무하다 2014년 1월 퇴사한 A씨는 같은 해 8월 경찰에 농협조합장 B씨를 고발했다. B씨가 축의금, 화환 제공 등을 조합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로 해 농업협동조합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B씨가 공판장 내부에서 중도매인들을 통해 과일을 사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 2013년 업무상 알게 된 B씨 이름과 주소, 계좌번호가 적힌 꽃배달 내역서 등도 증거자료로 함께 제출했다.

B씨는 이 사건으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A씨 역시 고발 목적이더라도 업무상 알게된 타인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누설했다는 점이 문제가 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무죄로 판단을 바꿨다. 고소·고발을 위해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규정한 ‘누설’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2심 재판부는 “고소·고발인은 수사기관에 얼마든지 피고소인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차량번호 등 개인 식별 정보를 기술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유독 첨부자료로 증거를 제출하는 경우만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A씨의 행위를 개인정보 누설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다만 “A씨의 행위가 범죄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