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집서 돈 받은 유동규, 바로 다른 방 ‘형들’ 줬다”

입력 2022-11-21 12:17 수정 2022-11-21 12:28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한 뒤 서울중앙지법 대장동 공판에 출석한 남욱 변호사. 연합뉴스

남욱 변호사가 2013년 4월 16일 성남시 분당의 한 일식집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쇼핑백에 9000만원을 담아 뇌물로 건넸고, 이때 유 전 본부장이 바로 다른 방에 가서 누군가에게 전달했다고 법정 증언했다. 이 9000만원은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받은 3억5200만원의 뇌물액에 포함되는 것으로, 용처 관련 정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남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공판에 출석, 증인으로서 검찰 질문에 답변하며 이같이 밝혔다. 남 변호사는 당일 일식집에 동석자 없이 홀로 유 전 본부장을 찾아가 만났으며, 현금 9000만원을 교부했음을 시인했다. 이 현금은 동업자인 정재창씨, 정영학 회계사와 각각 3000만원씩 모아 조성한 것이었으며, 출처 추적을 염려해 시중은행 띠지를 제거하고 고무줄로 묶어 쇼핑백에 담은 형태였다고 남 변호사는 말했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9000만원을 받고 뭐라 하더냐”는 검찰 질문에 “받자 마자 바로 다른 방에 가서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왔다”고 답했다. “누구에게 전달했다고 유 전 본부장이 말하더냐”는 질문에는 “당시에는 몰랐는데 ‘형들’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돈을 줬는데 다른방에 다녀왔고 쇼핑백을 안 가져 왔기에 전달했다고 생각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유 전 본부장) 본인도 ‘전달하고 왔다’고 했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의 말 속 ‘형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이자 현재 수감 중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일컫는다. 이날 공판에서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요구받았음을 말했고, “유 전 본부장이 최초에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에게 드려야 할 돈’이라는 말을 나중에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측이 “‘높은 분’이 누구냐”고 묻자 남 변호사는 “정진상, 김용으로 알고 있다. 그 이상은 모른다”고 했다.

검찰 측이 “정진상, 김용이라고 유 전 본부장이 말했느냐”고 묻자 남 변호사는 “형님들, 형제들이라 말했다”고 답했다. 검찰 측은 “증인 생각에 정진상 김용이라는 것이냐”고 물었고, 남 변호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이날 새벽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출석했다. 그는 “검찰 조사 당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말해 달라”는 검찰의 질문에 “천화동인 1호 지분과 관련해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는 것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들어서 2015년 2월부터는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던 때 이처럼 진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선거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겁도 났고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정신도 없었다. 솔직하게 말씀을 못 드린 부분이 있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형민 구정하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