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피의자로 소환했다. 특수본은 용산경찰서가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서울청에 경비기동대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기동대 요청과 관련해 이 전 서장이 내부 회의에서 ‘노력해 봐라’라고 말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본 김동욱 대변인은 21일 이 전 서장이 서울청에 기동대를 투입을 요청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지시 여부와 상관없이 결론적으로 서울청에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일단 (기동대 투입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용산서 내부적으로 기동대 투입 필요성이 거론은 됐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청에 기동대 투입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앞선 용산서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기동대가 이번에도 어렵지 않겠냐는 직원 답변이 있자 용산서장이 ‘그래도 노력해 봐라’라고 얘기했다는 진술이 있다”며 “다만 이 부분을 지시라고 말하는 것인지는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경비기동대와 관련해 용산서가 서울청에 ‘공식 요청’은 물론이고 구두 문의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요청이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이날 오전 8시45분쯤 특수본에 출석했다. 이 전 서장은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스럽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입장을 짧게 밝혔다.
특수본은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과 관련해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에 대한 수사에도 집중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과 관련해 “규정에 의해 삭제했다고 주장하는 부분도 있다”며 “증거인멸의 고의 없이 규정에 따라 문서 관리를 하라고 한 것인지, 증거인멸의 의도를 갖고 지시한 것인지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이번주 내로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주말 동안 서울청 전 상황 3팀장, 용산구 부구청장 등 각 기관별 공무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날도 서울청과 용산보건소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