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잉글랜드 오늘밤 이란전 ‘무릎 꿇기’ 한다

입력 2022-11-21 11:04 수정 2022-11-21 12:52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오른쪽) 감독과 주장 해리 케인이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승 후보’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월드컵 첫 경기에서 킥오프를 앞두고 일제히 무릎을 꿇는다. 개최국 카타르의 인권 의식에 저항할 목적의 퍼포먼스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 동료인 잉글랜드 주장 해리 케인은 소수자와 연대를 상징하는 ‘무지개 완장’을 팔에 차고 나올 계획이다.

AP통신은 20일(현지시간) “잉글랜드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날 카타르 도하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잉글랜드는 한국시간으로 21일 밤 10시 도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이란과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갖는다. 기자회견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양팀 감독의 각오를 밝히는 자리로 마련됐다.

잉글랜드는 브라질, 프랑스와 함께 유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된 팀이다. 개최국으로 출전해 우승한 1966년 월드컵 이후 56년 만에 통산 2번째 트로피를 노리고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기자회견은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 자리에서 카타르의 인권 의식에 저항하는 선수들과 연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무릎 꿇기를 하기로 했다. 그래야만 한다고 느꼈다. 포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보여주는 강한 성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에서 선수들의 무릎 꿇기는 인권 탄압에 저항하는 의사 표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시절 흑인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미국 스포츠계의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이 동참하기도 했다.

다만 퍼포먼스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개막전,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경기, 박싱데이(12월 26일)에만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로 지난 8월 결정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특정 경기, 빅매치에서만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카타르월드컵은 (퍼포먼스를 할 만큼) 큰 행사”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잉글랜드 대표팀 전원의 무릎 꿇기 퍼포먼스는 민족·성별 인권 탄압을 방치하고 경기장 건설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한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의 인권 의식에 저항할 목적으로 준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케인은 무지개 무늬 배경에 숫자 ‘1’을 적은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착용할 계획이다.

다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선수의 의상, 장비, 혹은 행동에 정치적 선전을 금지하고 있다. 행위의 타당성과 별개로 행위 자체가 제한된다. 스포츠에 정치색을 입히지 않을 목적에서다. 정치적 선전을 한 선수, 지도자, 관객은 벌금을 포함한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케인은 “하나의 팀, 하나의 조직으로서 무지개 완장을 차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며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FIFA와 이 문제로 놓고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란과 경기 전까지 FIFA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무지개 완장을 착용할 의사를 밝힌 건 케인만이 아니다. 독일 대표팀 주장이자 골키퍼인 마누엘 노이어도 같은 완장을 차고 나올 계획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