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쇼핑 시즌이 시작된다. 미국에서 매년 11월 넷째 목요일은 추수감사절(24일·현지시간), 그 이튿날은 블랙프라이데이(25일)다. 이어지는 주말(26~27일)을 포함한 나흘의 연휴는 미국에서 연중 최저가 상품을 쏟아내는 가을 최대 쇼핑 대목으로 꼽힌다. 올해 고물가·고금리 국면에서 찾아온 추수감사절 연휴는 미국의 경기 둔화 추세를 가늠하는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판촉을 일으키는 스포츠 이벤트로 2022 카타르월드컵이 지난 20일 개막했다.
1. 블랙프라이데이
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는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날이다. 소비자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할인된 상품을 구입할 기회를 얻고, 기업은 재고를 소진해 내년도 사업을 준비할 자금을 확보한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시작된 쇼핑 시즌은 크리스마스(12월 25일)를 지나 연말까지 이어진다.
제조업, 유통업, 요식업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매출은 이 기간에 상승한다. 실적 호전 기대감은 곧 주가로 반영된다. 미국 뉴욕증시가 강한 상승 랠리를 시작하는 시기는 대체로 블랙프라이데이 무렵이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 선을 돌파한 건 2020년 블랙프라이데이 직전인 그해 11월 24일이었다.
하지만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둔 거시경제 환경은 녹록지 않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찾아왔고, 이에 대응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고강도 긴축을 시행해 왔다. 연준은 지난 2월만 해도 ‘제로’ 수준이던 미국의 기준금리를 3.75∼4.00%로 끌어올렸다. 이제 다음 달 14일 끝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지난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인 10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7.7%까지 내려왔다. 다만 7%대 상승률도 여전히 낮지 않아 미국의 고물가·고금리 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의 소비 과잉도, 위축도 반갑지 않다. 미국 슈퍼마켓·마트 체인 타깃은 3분기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과한 할인 판촉을 실시해 매출에 부합한 순이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지난 16일 실적 발표에서 확인됐다. 반대의 경우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소비 위축의 신호가 감지되면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뉴욕증시는 21일부터 사흘간 정상적으로 운영된 뒤 추수감사절에 휴장한다. 블랙프라이데이인 이번 주 마지막 거래일은 평소대로 개장해 오후 1시(한국시간 26일 오전 3시)에 조기 폐장한다. 짧은 운영시간 탓에 거래량이 축소될 수 있다. 이 경우 반등세나 변동성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 카타르월드컵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식음료, 의류, 여행에서 소비심리를 일으키는 판촉의 기회로 꼽힌다. 하지만 2022 카타르월드컵은 올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고물가·고금리 국면에서 개막해 상업 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더욱이 카타르의 개최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건설 노동자의 인권 문제로 일부 보이콧 움직임도 나타났다.
월드컵은 지난 20일 개회를 선언하고 한 달여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한국의 현대기아차, 미국의 코카콜라와 비자, 독일의 아디다스, 중국의 완다그룹, 개최국 카타르의 카타르항공과 카타르에너지를 공식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중국은 FIFA 공식 파트너사를 포함한 카타르월드컵 후원사 명단에 가장 많은 브랜드 이름을 올렸다. 완다그룹 외에도 하이센스, 비보 이동통신, 멍뉴유업 같은 중국 기업이 월드컵 후원사로 들어갔다. 또 미국 맥도날드, 인도 바이주스, 벨기에 안호이저부시인베브의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 국제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이 카타르월드컵을 후원한다.
그중 주류 회사인 버드와이저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FIFA와 개최국 카타르가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18일 경기장 주변에서 맥주 판매를 하려던 계획을 철회하면서다. 카타르는 이슬람 국가로 주류 판매 및 음주를 금지하지만 월드컵 기간 중 장소를 특정해 맥주 판매를 허용했다. 하지만 돌연 입장을 바꿔 경기장 주변의 맥주 판매 계획을 다시 취소했다.
이에 대해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하루 4경기를 동시에 치르는 특성과 인파의 이동량을 고려한 조치”라며 “프랑스, 스페인, 스코틀랜드에서도 경기장 주변에서 주류 판매를 금지한다. 개인적으로는 하루 3시간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 COP27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의장국 이집트의 사메 수크리 외무장관은 지난 20일 자국 샤름 엘 셰이크에서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을 담은 총회 합의문을 당사국 합의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합의문은 “기후변화의 악영향은 주민의 비자발적 이주, 문화재 파괴를 포함한 엄청난 경제적, 비경제적 손실을 유발한다. 손실과 피해에 대한 충분하고 효과적인 대응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로 인한 엄청난 재무적 비용은 빚 부담을 늘리고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위축시켰다”고 지적했다.
‘손실과 보상 기금’ 조성은 COP27 최대 쟁점 사안이었다. 지난 6일 개막한 COP27은 당초 18일 폐막할 예정이었지만 ‘손실과 보상 기금’ 조성을 포함한 주요 사안의 합의 불발로 이날까지 연장 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문 성격의 ‘샤름 엘 셰이크 실행 계획’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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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