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다크호스 에콰도르가 이번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를 개막전에서 2-0으로 완파했다. 1930년 월드컵 창설 이후 개최국이 개막전에서 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콰도르는 2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으로 열린 조별리그 A조 카타르와 1차전에서 전반전 멀티골을 뽑아낸 에네르 발렌시아의 맹활약을 앞세워 2-0으로 완승했다. 카타르는 홈 팬들 앞에서 치른 월드컵 본선 데뷔전에서 수모를 겪었다.
개최국이 첫 경기에서 진 사례는 1930년 제1회 월드컵 이래로 92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2002년 대회를 포함해 지난 2018년 러시아 대회까지 22차례 치러진 개최국의 첫 경기에서 개최국은 16승 6무 무패를 기록했다.
개최국이 첫 경기에서 득점하지 못한 것은 멕시코가 소련과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1970년 대회 이후 52년 만이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를 겨냥해 일찌감치 외국 선수를 귀화시키고, 대회를 앞두고는 6개월 동안 합숙 훈련을 하는 등 내심 아시아 나라의 사상 최고 성적을 바라며 치밀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16강행을 위한 1차전 승리에는 실패했다.
에콰도르는 8년 만이자 통산 4번째로 오른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첫 경기부터 승점 3을 추가하며 2006년 독일 대회 이후 16년 만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에콰도르의 월드컵 본선 통산 전적은 5승 1무 5패다.
2차전에서 카타르는 세네갈, 에콰도르는 네덜란드를 상대한다.
이날 경기에서 개최국 카타르는 3-5-2, 에콰도르는 4-4-2 전술로 맞붙었다.
초반부터 에콰도르가 우세했다. 에콰도르는 전반 3분 만에 카타르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노골이 선언됐다.
페널티 지역에서 에스트라다가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펠릭스 토레스가 시저스 킥으로 연결했고, 이를 에네르 발렌시아가 문전에서 헤딩으로 집어넣었다. 하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에스트라다의 발이 수비수를 조금 앞서 있었다. FIFA가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시스템(SAOT)이 정확도를 뽐냈다.
이후 에콰도르는 전반 16분 발렌시아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발렌시아가 페널티 지역으로 파고들다가 카타르 골키퍼의 손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발렌시아는 직접 키커로 나서 이번 월드컵 1호골의 주인공이 됐다.
2번째 골의 주인공도 발렌시아였다. 그는 전반 31분 오른쪽에서 프레시아도가 올린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했다.
에콰도르는 중원 싸움에서 계속해서 우위를 점했다. 후반전에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카타르는 90분 동안 유효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하고 패했다.
이날 경기장은 총 6만7372명의 관중이 가득 메웠다. 하지만 카타르가 수세에 몰리면서 실망한 자국 팬들은 하프타임에 일찍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경기가 끝날 무렵에는 전체 관중석의 3분의 1이 비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