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21일 0시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지난해 11월 4월 구속된 이후 382일 만이다.
남 변호사는 이날 0시5분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나오면서 ‘1년 만에 나왔는데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남 변호사는 전날인 20일도 밤 10시까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은 남색 정장 차림의 남 변호사에게 ‘이재명 경선자금 왜 마련했나’라고 질문했지만 남 변호사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누구냐’ ‘법정에서 왜 진술 태도 바꿨나’ ‘배임 혐의 인정하나’라는 등의 질문에도 남 변호사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남 변호사는 준비된 차를 타고 곧바로 구치소를 떠났다.
이날 남 변호사는 자택 인근 호텔로 직행했다. 그는 이곳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 있는지’ ‘진술 태도를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 ‘앞으로 사건과 관련한 폭로를 할 것인지’ 등의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남 변호사의 법률대리인은 “오늘(20일)도 밤 10시까지 조사를 받고 왔다”며 “아침에도 재판이 있으니 쉬어야 하는데 법정에서 만나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힐 것이냐’는 질문에 “일단 재판에 열심히 임할 것”이라고 했다.
남 변호사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과 함께 성남도시개발공사 지분에 따른 최소 651억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시행이익을 화천대유가 부당하게 취득하게 해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의 구속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남 변호사에 대해 천화동인 4호 법인자금 횡령 혐의를, 김씨에 대해서는 교도관에게 165만원을 건넨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구속 연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지난 18일 “현 단계에서는 추가 기소된 횡령 등의 혐의로 김만배씨와 남 변호사를 구속 연장할 필요성이 적극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남 변호사는 22일 0시까지 구속기간을 채우고 석방됐다. 남 변호사는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받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자금 8억4700만원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남 변호사는 2014년에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5000만원을 건넸고, 그에 앞선 2013년엔 정 실장과 김 부원장에게 유흥주점에서 술접대를 했다는 내용으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최근 KBS와 옥중 인터뷰에서는 “김만배씨가 돈을 주지 않자 김 부원장 측에서 경선자금 명목의 돈을 요구했다”거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찾아와 ‘내 얼굴을 봐서 돈을 해 달라’며 경선 자금 용도로 20억여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후보에게 20억원으로 줄을 댄다면 싸게 먹히는 거라고 생각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 변호사보다 앞서 지난달 30일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은 “흔적 같은 것은 다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다 밝혀질 것”이라는 등 이 대표에게 불리한 발언을 쏟아냈는데, 남 변호사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남 변호사는 일단 21일 오전에 열리는 대장동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남 변호사에 이어 김만배씨도 오는 25일 0시 구속기간이 만료된다. 앞서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을 포함해 이른바 ‘대장동 3인방’이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유 전 본부장은 구치소 수감 시절 주변에 ‘내가 나가면 3명 자리를 구치소에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대표의 측근은 잇따라 검찰에 구속되고 있다. 김 부원장은 지난달 22일 구속됐고, 이달 8일 8억원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다음 날인 9일 이 대표의 다른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실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고 열흘 만인 19일 정 실장을 구속했다. 정 실장은 대장동 일당에게서 1억4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대장동 개발 이익(428억원 상당)을 나눠 받기로 약속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은 모두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