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사건의 핵심으로 구속 재판을 받던 남욱 변호사가 21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다. ‘대장동팀’의 일원인 그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하지 않던 진술을 최근 꺼내기 시작했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측이 20억원의 경선자금을 요구했다”고 폭로했었다.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되는 그가 유 전 본부장처럼 ‘작심발언’을 이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2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남 변호사는 21일 중 석방될 예정이다. 법률적인 구속기간은 21일에서 22일로 넘어가는 자정이지만 교정당국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1일이 되자마자 구치소를 나설 수 있게 한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대장동팀 핵심으로 구속 기소됐었다. 최근에는 김 부원장에게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8억47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남 변호사의 석방은 구속기간 만료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앞서 그의 35억원 횡령 범죄에 대해 “수사와 재판 상황을 고려할 때 추가 구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지난 18일 공판에서 남 변호사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전혀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까지 이뤄진 조사 경과, 다른 피고인들과의 이해관계 등에 비춰 추가 구속 필요성이 적극 소명된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남 변호사가 석방 이후 자유로운 상태에서 과거에 말하지 않던 주장을 쏟아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공무원과 뿌리 깊이 유착한 민간사업자로 지목돼 있는데, 수사팀이 바뀐 뒤 유 전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들이 연루된 금품로비 의혹에 대해 적극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사건 판도를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이 대표 측의 ‘차명 지분’ 의혹은 여러 증거관계에 기초했는데, 남 변호사의 진술도 뒷받침된 것으로 전해진다. 남 변호사 측은 최근 공판에서 정영학 회계사를 상대로 ‘유동규→캠프→LEE’라는 흐름이 적힌 메모를 제시하며 “엘이이(LEE)는 누구냐”고 물어 ‘시장님’이라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남 변호사 측은 공판에서 “2014년 12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재명이 네가 있으면 사업권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고 얘기한 걸 들었느냐”고 묻는 모습도 보였다. 남 변호사 측이 작심하듯 꺼낸 이 말은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에 관여한 정황처럼 받아들여졌고, 실제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도 담겼다. 남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김 부원장으로부터 경선자금을 요구받았음을 밝혔다. 이때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될 줄 알았다” “20억원으로 줄을 댄다면 싸게 먹히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