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임명 제청되고 116일이 지나도록 국회에서 임명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에 오른 뒤 실제 업무를 시작하기까지 기간이 가장 길었던 박상옥 전 대법관 사례를 이미 넘어섰다. 법원 안팎에선 대법관 공백 장기화로 재판 지연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7월 28일 오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지 20일로 116일째가 됐지만 아직 임명 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대법관 후보자를 대통령이 임명하기 위해선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인준 절차가 사실상 멈춰섰기 때문이다.
오 후보자가 처음 임명 제청됐을 때만 해도 100일 넘는 절차 지연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지난 8월 2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800원 횡령 판결’ 등 일부 판결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이 도마 위에 올랐을 뿐 도덕성 등 다른 문제가 불거지진 않았다.
이상기류가 감지된 건 청문보고서 채택에 차질이 생긴 이후다. 여야 갈등으로 국회의 임명동의가 표류하게 되면서 9월 초 퇴임한 김재형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임명이 기약 없어졌다는 관측이 대법원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대법관 13명이 바뀌는 윤 대통령 임기 내 첫 대법관 임명이라 의미가 큰 데다 윤 대통령과의 친분에 대한 야당 우려가 생각보다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현직 판사는 “800원 횡령 판결의 경우 국민 법 감정에는 못 미칠 수 있지만 법리적으로 잘못된 판결이라곤 할 수 없다”며 “(대법관 임명 동의 지연에) 다른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임명 제청 후 임기 시작까지 108일이 걸렸던 박상옥 전 대법관의 기록은 이미 깨졌다. 박 전 대법관은 2015년 1월 21일 임명 제청된 후 검사 시절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은폐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회 인준 절차가 지연된 바 있다.
오 후보자는 대법원 청사로 출근 중이지만 후보자 신분이라 재판 관련 업무를 볼 수는 없다. 대법관 공석이 길어진 여파로 중요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월 30일 이후 세 달 가까이 선고기일을 잡지 못했다. 퇴임한 김 전 대법관이 속해있던 대법원 3부에 배당돼야 할 사건들은 다른 대법관들이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이 부족한) 3부의 경우 사건을 추가 배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