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테니스 “여성 선수 속바지, 흰색 아니어도 돼”

입력 2022-11-18 11:17
지난 7월 윔블던 테니스 대회 경기장면. 출전 선수들은 '여성 선수의 속바지를 포함해 외부에 노출되는 경기복은 모두 흰색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규정을 따라야했다. AP 연합뉴스

내년부터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 참가하는 여성 선수들이 146년 만에 ‘색깔 있는’ 속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됐다.

출전 선수들이 모두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드레스 코드’로 유명한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2023년부터 여성 선수의 속바지는 예외로 어두운색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 BBC는 18일 대회를 개최하는 올잉글랜드클럽의 이번 결정을 보도하면서 “여자 선수들이 생리 기간에 가질 수 있는 불안감을 덜어주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1877년 창설된 윔블던은 출전하는 남녀 선수들이 상·하의는 물론 모자와 신발까지 모두 흰색으로 통일해야 한다.

신발 밑창과 속바지, 상의 쪽에서 외부로 노출될 수 있는 속옷이나 스포츠 브래지어의 끈 색깔도 흰색이어야 한다.

심지어 다른 색상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까지 대회 규정에 명시돼있을 정도로 철저하다. ‘모자, 헤드밴드, 두건, 손목밴드, 양말은 모두 흰색이어야 하고, 10㎜가 넘게 다른 색상이 들어갈 수 없다’고 돼 있다.

심지어 응급 상황이 발생해 대회장에 들어오는 의료진도 가능하면 흰색 옷을 입어야 한다. 다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색깔 있는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을 정도다.

이렇듯 윔블던의 엄격한 ‘올 화이트’ 규정에 대해 전 올림픽 챔피언 모니카 푸이그와 호주 테니스 선수 다리아 사빌 등 여성 선수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 바 있다.

푸에르토리코 국적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테니스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푸이그는 “윔블던 경기 기간이 생리 주기와 겹치지 않기를 기도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런 윔블던이 여자 선수들의 속바지에 한해 흰색 드레스 코드를 면제해준 것은 최근 여자 선수들의 유니폼 하의를 흰색으로 하지 않는 세계 스포츠계 흐름에 따른 것이다.

영국에서는 앞서 맨체스터시티, 웨스트 브롬, 스토크시티 등 몇몇 여자 축구팀들이 유니폼 하의에서 흰색을 배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은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