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환대, 재계 총출동…‘천조원대 재산’ 빈 살만, 누구

입력 2022-11-18 06:14
17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대통령실 제공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머문 시간은 불과 20시간이었는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됐다.

왕위 계승권자이자 총리인 빈 살만 왕세자는 권력과 재력을 모두 가진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통한다. 정확히 집계되진 않지만, 그의 재산은 적게는 1400조원에서, 많게는 25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끄는 국부펀드(PIF) 운용 규모는 700조원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세계 최대 산유국을 이끄는 그의 위상은 3년 전보다 훨씬 커졌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7일 0시30분쯤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 한덕수 국무총리가 영접, 대화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찾은 것은 2019년 6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총리실 제공

빈 살만 왕세자는 1985년 8월 31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그의 셋째 부인 파흐다 빈트 팔라 빈 술탄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조용한 유년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에는 해외, 특히 미국 유학파가 다수지만 그는 사우디에서 공부했으며 리야드 킹사우드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37세 젊은 군주인 그는 아이폰과 플레이스테이션을 좋아하고, 비디오 게임 ‘콜 오브 듀티’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내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5년 최연소 국방장관이 되면서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듬해 그는 아람코를 비롯한 국영 에너지 기업 정책을 결정하고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경제개발위원회의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명실상부한 ‘실세’로 부상한 것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17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과 환담 오찬 일정을 마친 뒤 떠나기 전 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빈 살만 왕세자는 애초 왕위 계승 1순위였던 빈 살만 빈 나예프 왕자가 2017년 6월 왕세자 지위와 내무장관에서 물러나면서 왕위 계승을 본격화했다. 권력 강화에 나선 빈 살만 왕세자는 국유자산 민영화, 국가보조금 축소, 여성 운전 허용 등 인권 신장 같은 사우디의 경제·사회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을 주도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정책은 파격적이었다.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자동차 운전 허용, 영화관 운영, 해외 가수 콘서트 허용, 종교 경찰 권한 축소 등이 대표적인 예다. 파격적인 개혁정책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동시에 군사적으로는 예멘 내전, 이란과 적대 고조 등 강경한 성향을 보였다. 왕실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미 실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87세의 고령인 부왕으로부터 머지않아 왕권을 이어받는다면 빈 살만 왕세자는 향후 50년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대적 통치권자로 군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가 빈 살만 왕세자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가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빈 살만 왕세자는 17일 오전 0시30분 입국해 오후 8시20분 출국하기까지 채 24시간이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한국에 머무르며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를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맞이해 회담과 오찬을 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열흘 전 입주한 대통령 관저의 첫 공식 손님으로 초청해 극진히 대접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며, ‘전략파트너십 위원회’를 신설하고, 한·사우디 간 협력사업을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원자력 발전, 방위산업 등에서도 한국과 협력을 희망하고 있어 ‘제2의 중동 특수’가 기대된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이 사우디 정부·기업·기관과 26개 프로젝트와 관련된 계약 및 업무협약(MOU)을 맺었는데, 총 사업 규모가 300억 달러(40조원)로 추산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 다섯번째)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홈페이지 캡처

이날 오후 5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빈 살만 왕세자와 주요 기업인 차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옛 대림)그룹 회장 등 국내 20대 그룹의 총수 8명이 참석했다.

1시간30분 넘게 이뤄진 차담회에서는 총사업비 5000억 달러(약 67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사업을 중심으로 한 각종 협력 방안이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안에 170㎞에 달하는 직선 도시 ‘더 라인’,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을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도시 인프라와 정보기술(IT),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광범위한 사업 기회가 열려 치열한 글로벌 수주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17일 오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도착,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빈 살만 왕세자 일행은 선발대까지 고려해 이번 방한 전후로 2주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객실 400여개를 빌려 화제를 모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 호텔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에 투숙했는데, 이 객실 1박 숙박비는 2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