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총선 무렵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 5000만원을 교부한 혐의로 구속 연장됐던 남욱 변호사가 대구에서 곽 전 의원을 만났을 때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관계자가 동행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사 관계자는 ‘대장동 일당’인 정민용 변호사로 당시 공사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이었다. 곽 전 의원과 대장동 개발 산업 간 연결 흔적이 추가된 셈이다.
정 변호사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곽 전 의원의 뇌물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와 2016년 총선 무렵이었던 3,4월 곽 전 의원을 만나러 두 차례 대구를 방문했다”고 증언했다. 총선 전에는 남 변호사 및 정 회계사와 함께 대구를 찾았고, 총선 직후에도 남 변호사와 둘이 대구에 갔다고 했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정 회계사와 총선 무렵 대구를 방문해 곽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건넸다고 보고 그를 추가 기소했었다. 그 자리에 공사 정 변호사도 함께 했었다는 게 16일 공판에서 처음 드러난 것이다. 대장동 개발과 곽 전 의원의 연관성을 보강하는 정황 증거가 또 나온 셈이다.
곽 전 의원은 문제의 5000만원에 대해 정치자금이 아닌 남 변호사의 2015년 대장동 사업 불법로비 관련 형사사건에 조언을 준 데 따른 정당한 변호사비라는 입장이다. 남 변호사 측은 공판 과정에서 감사 인사를 드리러 곽 전 의원을 찾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정 변호사에게 “증인은 남 변호사가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건너들은 게 2015년이라고 했는데 이 시점은 2016년 3,4월경과는 시간적 간격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어 “증인은 당시 곽 전 의원을 몰랐다고 했고 대구로 갑자기 내려간 상황인데 왜 그 때였는지는 아는 게 있느냐”고 했다. 정 변호사는 “재판장님이 궁금해하시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정 변호사는 16일 공판에서 2016년 대구 방문 사실을 입증하는 기억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첫번째 대구 방문 날을 토요일로 특정하며 “술집이 연 데가 없어 상당히 오랫동안 찾아다녔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문을 닫았다고 얘기했던 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이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변호사의 법정 증언에 관련해 17일 “이 사건 공소유지에 보탬이 되는 증언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16일 공판 마무리 시점에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과 남 변호사를 다시 증인 신문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공판 검사는 “이들이 최근 수차례 대장동 개발 관련해 중요한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돈을 준 이유, 두 사람의 관계와 다툰 경위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했다고 하는데 법정에서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증인신문 결과 남 변호사도 다시 증인으로 세워 대구에 내려간 경위를 다시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지금 당장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이미 증인신문을 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같은 것을 물어본다는 것인데 그 필요성을 서면으로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곽 전 의원의 재판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재판부는 지난 9일 공판에서 이달 중 재판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른 사정 변경이 생기지 않으면 오는 30일 최종 변론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