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한-네덜란드 정상 공동성명 채택…“반도체·원전 협력 강화”

입력 2022-11-17 18:11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공식 방한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관계 격상과 반도체·원자력발전 파트너십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날 열린 서울 회담은 한·네덜란드 정상 반도체기업인 차담회와 사전환담,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 만찬 순서로 진행됐다. 첫 순서인 반도체기업인 차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도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네덜란드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 원전 산업,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핵심 파트너”라며 “양국은 기후변화, 팬데믹 같은 글로벌 위기에도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네덜란드 출신 한국전쟁 참전용사 2명의 유해가 지난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자유와 평화 수호의 정신은 양국 관계 발전의 단단한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 뤼터 총리는 “대통령이 참전용사 여러 분을 이렇게 돌봐주시는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넘어 감동을 느낀다”며 “양국간 연대와 우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고 화답했다.

뤼터 총리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도 전했다.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이날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장관급 전략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양국 관계 격상은 2016년 한·네덜란드 ‘포괄적·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 수립 이후 6년 만이다.

기존의 차관보급 정책협의회를 격년 주기 양국 외교장관 간 장관급 전략대화로 높여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양 정상은 또 반도체, 원전 등 경제안보 핵심분야의 파트너십 강화에 뜻을 모았다.

대통령실은 “세계적인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과 우리의 반도체 생산기업 간 협력을 포함해 반도체 협력 강화를 위한 지원 의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네덜란드 측의 신규 원전 건설 추진계획을 고려, 양국 간 원전산업 분야 협력 촉진을 위한 전문가 협의체 신설에도 합의했다고 전했다.

양 정상은 국방협력 잠재력이 크다는 인식 아래 이와 관련된 포괄적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사이버·인공지능(AI) 안보 분야 협력 강화에도 공감했다. 공동성명에는 북한 도발에 대한 공동 규탄과 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한 네덜란드 측 지지 표명도 담겼다.

양 정상은 또한 한·네덜란드 양국의 인태전략에 기반한 인태지역 내 협력 증진 및 우크라이나·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 대응 관련 협력 의지도 재확인했다.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서도 러시아의 '일방 공격'을 규탄하는 한편, 우크라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제공 방침을 밝혔다.

◆다음은 공동성명 전문.

윤석열 대한민국(이하 ‘한국’) 대통령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왕국(이하 ‘네덜란드’) 총리는 마크 루터 총리의 공식 방한 계기 2022년 11월 17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양국 간 공식 외교관계 수립 이전 한국전쟁 당시 네덜란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며, 한국과 네덜란드가 1961년 수교 이래 지난 61년간 경제 무역 문화를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서 폭넓은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 큰 만족감을 표명하며, 양자 관계의 초석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회복력 있는 시장을 갖춘 규범에 근거한 무역체계라는 보편적인 가치 수호를 향한 신념임을 확인하며, 무역국이자 개방되고 혁신적이며 첨단기술을 보유한 중견국으로서 공동의 이해를 인식하며,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심화하며 다변화하는 귀중한 계기가 되었던 2016년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의 공식 방한 시 수립된 포괄적·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정학적 동반자로서 해양법을 포함한 세계 평화와 번영 및 안보·경제 안보에 기여하고 인도-태평양 및 유럽-대서양 동맹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확신하며, 양자적 지역적 글로벌 차원에서 상호 이익을 갖는 전략적 분야에서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21세기에 새롭게 부상하는 미래의 공동 도전과제를 함께 해결해나가기로 하며, 양 정상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하였다.

◇ 정무 및 안보 협력
1. 양 정상은 지난 6월 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계기 양자 대면 회담 개최를 포함하여, 올해 5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네덜란드 간 고위급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에 만족감을 표하였다.

2. 양 정상은 조만간 양국이 가장 높은 수준에서 다시 만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확인하였다.

3. 양 정상은 안보와 경제안보를 포함한 공동의 관심사를 다루기 위해 기존의 차관보급 정책협의회를 격년 주기 양국 외교장관 간 장관급 전략대화로 격상하기로 합의하였다. 양 정상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이행을 위해 고위급과 실무/전문가급에서 기존의 양자 협의 및 교류를 강화하고 확대하기로 하였다.

4. 양 정상은 2022년 6월 제19차 아시아안보대화 계기 양국 국방장관 회담, 2022년 9월 서울에서 양국 외교장관 간 논의된 바와 같이, 양국 간 안보· 국방 분야에서 협력 잠재력이 크다는 데에 공감하였다. 양 정상은 국방 협력에 관한 포괄적인 MOU를 추진함으로써 양국 간 국방 협력 강화를 위해 고위급 및 실무급에서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5. 양 정상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전하고 상호운용 가능한 사이버공간 보장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하였다. 아울러 양 정상은 기존의 사이버정책협의회가 양국 간 사이버 정책 협력을 강화하는 유용한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였다. 양 정상은 또한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개발과 사용에 관한 조치들을 마련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으며, 2023년 2월 네덜란드에서 개최 예정인 군사적 영역에서의 책임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장관급 회의(REAIM)를 공동 주최하기로 합의하였다.

6. 양 정상은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와 2018년 9.19 남북 포괄적군사합의(CMA)의 반복적인 위반을 포함한 재래식 도발 행위를 규탄하였다. 양 정상은 북한의 도발 행위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여타 아시아 지역 및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임을 재강조하였다. 양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 마크 루터 총리는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을 포함한 한국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표명하였다. 양 정상은 또한 북한의 인권상황 악화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보편적 가치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 하에 일반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 경제협력 및 문화·사회 협력
7. 양 정상은 양국 간 교역·투자 증가와 활성화에 만족감을 표하였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네덜란드의 3대 교역국이며, 네덜란드는 유럽연합(EU) 국가 중 한국의 2대 교역국이다. 양국은 2022년 10월 18일 개최된 경제공동위원회(JEC)에서 반도체, 경제안보, 수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8. 양 정상은 매우 긴밀히 연결된 글로벌 공급망 내 양국의 상호보완성과 상호의존성을 고려하여, 경제안보와 관련된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다. 이에 양 정상은 경제안보 분야의 협의와 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하였다. 양 정상은 구체 성과를 위한 추가적 논의를 위해 한국의 경제안보외교센터를 포함한 양국의 정부 기관 간 상호 방문과 교류를 증진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9. 양 정상은 경제안보와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보장하고, 반도체, 인공지능, 스마트 농업을 포함한 핵심기술 및 신흥기술을 공동으로 보호하고 촉진하기 위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 조율과 협의를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합의하였다. 양 정상은 특히 양국의 반도체 산업 간 기존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였으며, 반도체 부문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민간부문을 지원할 의지를 밝혔다.

10. 양 정상은 양국의 원전산업 간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 정상은 원자력에 관한 양자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 정보를 교환하고 이해관계자 간 조정 방안을 모색하는 전문가급 대화체를 설립하기로 합의하였다.

11. 양 정상은 양국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됨에 따라, 풍력 에너지와 수소를 포함한 청정에너지, 저탄소 녹색경제, 디지털 혁신, 스마트 농업, 우주산업, 방위산업, 과학기술, 연구개발, 물류, 스마트 항만 및 교통 등의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12. 양 정상은 인적 및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문화 협력과 특히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며 확대 가능성을 모색 중인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통해 양국 젊은 세대 간 우의와 상호 이해를 제고하기를 희망한다고 하였다.

13. 양 정상은 교육정책 및 문화활동 프레임워크 내에서 전문성을 공유하고, 관련 프레임워크를 통해 연구자 및 학자의 이동성을 촉진하며, 학생 교류와 대학 간 협력을 장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하였다.

◇ 지역 및 글로벌 협력
14.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네덜란드의 인도-태평양 가이드라인, 그리고 유럽연합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이러한 협력의 기반이 될 것이다.

15. 양 정상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을 규탄하였으며,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의 원칙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양 정상은 러시아의 추가적인 공격을 억제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우크라이나 국민을 돕기 위해 각국이 취한 조치를 이행해나가기로 하였다.

16. 양 정상은 민주주의 원칙, 인권, 선정(굿 거버넌스), 법치를 포함한 보편적 가치와 함께, 다자주의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양 정상은 국제형사재판소(ICC) 및 유엔, G20, NATO, OECD, WTO와 같은 국제무대에서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기로 하였다. 양 정상은 다자회의 계기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17. 양 정상은 파리협정과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합의를 포함한 후속 합의의 이행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양 정상은 국제사회에서 기후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정상들은 특히 석탄 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메탄을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하여 네덜란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5~60% 감축하겠다고 공약하였다. 양 정상은 녹색기후기금(GCF),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기후변화적응글로벌센터(GCA)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평가하였다.

18. 양 정상은 세계박람회 개최를 통해 글로벌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이행함으로써 어떻게 한 국가의 발전 전망을 변화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네덜란드의 지지를 요청하였으며, 루터 총리는 한국 유치에 대한 지지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 이행
19. 양 정상은 차기 정상회담에 앞서 장관급 전략대화 개최를 통해 한국-네덜란드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정의하고 이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양국 간 협력 특정 분야를 식별하고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